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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 인터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하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말부터 시작된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야말로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중년 여성 노동자들의 단호하고 처절한 투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노동운동의 희망을 보여 주었다.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은 여전히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석 달 동안 구속돼 있다가 지난 10월 22일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랜드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에게 이 투쟁의 교훈에 대해 들었다.

이랜드 투쟁은 정규직·비정규직의 ‘아름다운 연대’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1996년 까르푸 시절에 노조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비정규직은 거의 없었습니다. 당연히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2002년에 몇 명밖에 안 되는 정규직 조합원들이 3백 일간 파업을 했고, 2003년에 처음으로 단협을 체결했죠. 당시 회사측은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지 말 것을 요구했어요. 회사측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노조에서 활동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에 비정규직이 엄청 늘어난 상태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언니 동생하며 함께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조에 가입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2005년부터 노조는 공개적으로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켰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가 시작됐죠. 초기에 정규직 조합원들은 비정규직과 연대에 커다란 의지를 보여 주진 않았어요. 이럴 때 노조 지도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했지요. 지도부는 함께 싸우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고 정규직 조합원들을 설득했어요.

결국 정규직 조합원들도 비정규직 고용 보장이 안 되면 정규직 임금 체결도 하지 않겠다며 함께하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회사와 교섭 때도 비정규직 여성 조합원들을 내보냈어요. 또, 분회장, 노조 대의원 등 주요 직책을 비정규직 조합원에게 맡겼어요.

적어도 노조 안에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동등했던 것입니다. 이런 단결된 투쟁으로 일부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또, 최초로 비정규직을 포함한 주5일제를 따내는 성과를 낳았습니다.

이랜드일반노조는 모든 중요한 결정을 조합원들의 분회 토론을 통해 민주적으로 결정했는데 이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현장 민주주의에서 노조 지도부와 현장 조합원 사이에 거리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조 간부들은 현장 조합원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현장을 순회할 때 조합원들이 제기한 작은 불만 사항을 갖고 관리자들과 공개적으로 싸웠어요. 관리자에게 주눅이 들어 있던 여성 조합원들은 그런 것을 보고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자신들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게 됩니다.

이런 모습은 조합원 총회나 회의에서도 나타납니다. 가끔 억지 주장을 하는 조합원을 보면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충분히 듣고 토론하려고 노력합니다.

또, 우리는 회사와 협상하면 모든 내용을 반드시 조합원들에게 공개했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었어요. 현장 민주주의는 전임 간부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전임 간부를 오래 하면 현장 조합원 정서와 괴리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전임 간부는 오래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이랜드 노동자들은 단호한 점거파업을 몇 차례나 강행했습니다. 점거파업의 효과와 의미는 무엇입니까?

매장 점거파업은 연대의 초점이 됐고,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 점거파업에 참가했던 조합원들은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는 조합원들이 ‘우리가 투쟁에 앞장설테니 위원장은 따라오기만 하라’고 할 정도입니다.

매장 한 곳 점거파업이 경제적 타격을 주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만약 60개 매장을 모두 점거할 수 있었다면 승리했을 겁니다. 아쉬운 점은 1차 점거파업 이후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 확대가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겁니다. 모든 투쟁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1차 상암점 침탈 전에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이 교섭에 치중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주노총이 이랜드 투쟁에 연대해 온 것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노총은 정말 헌신적으로 연대해 왔습니다.

이랜드 투쟁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사실상 이 투쟁은 이미 승리한 측면이 있어요. 회사측이 외주화 철회, 정규직 인사이동 제한, 18개월 미만 고용보장, 해고자 복직, 2년 이상 근무자 정규직화 등을 말하고 있거든요. 물론 직무급제, 임금인상, 차별시정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죠.

무엇보다 비정규직 투쟁의 구심 역할을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투쟁이잖아요.

지금도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연대파업을 해 줬고, 서울본부도 연대파업을 준비중이죠. 민주노총 활동가들의 열의는 여전합니다. 이것을 모아낸다면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적금을 해약하고 손배가압류에 힘들어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슬기롭게 극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 투쟁은 7월 1일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악법 시행과 맞물려 주목받았는데요?

저는 열성 노사모 회원이었죠. 노무현이 당선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어요. 그러나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도 노동부의 태도는 그대로였고 경찰과 법원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노무현이 이라크에 파병하는 것을 보고, 노사모를 탈퇴했는데 이제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노무현) 때문에 감옥까지 갔다 왔잖아요.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그들에게 연대하려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죠.

감옥에 있을 때 서울대병원 노조 한 간부가 저에게 편지를 보내왔어요.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노하우를 알려 달라고. 그런데 서울대병원 노조는 비정규직 투쟁을 우리보다 잘해 왔던 곳 아닙니까.

저는 이랜드 투쟁을 하면서 곳곳에서 비정규직 투쟁에 헌신적으로 연대하는 동지들이 많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됐어요.
승리의 확신을 가지고 실망하지 말고 함께 투쟁한다면 승리할 수 있을 겁니다. 민주적으로 투쟁을 조직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설프게 타협하지 않을 겁니다.

인터뷰·정리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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