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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개정안, 무엇을 노리나?

보험업법개정안, 무엇을 노리나?

변혜진(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부장)

지난 7월 2일 재경부는 보험업법 전면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질병에 관한 개인정보’를 민간 보험회사들에게 넘겨 줄 수 있는 근거 조항이 포함돼 있다. 또한 민간기구가 병의원, 약국들을 대상으로 치료 내용이 타당한지 평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적 근거도 포함돼 있다. 개인 질병 정보를 민간 보험회사에게 넘겨주려는 이러한 시도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산하 민간의보 태스크포스팀에서 처음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던 것으로,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 업계의 ‘민원사항’이다. 손해보지 않는 민간 의료보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질병 정보를 자본이 소유해야겠다는 것이 이러한 시도의 내용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의 이러한 시도는 민주노총, 전농, 보건의료단체들로 구성된 ‘민간 의료보험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한 공대위’(이하 민간의보저지 공대위)의 강력한 투쟁으로 저지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보험 업계는 보건복지부를 통한 자신들의 로비가 좌절되자 대상을 바꿔 자신들의 본거지인 재경부를 통해 이를 다시 추진하려고 하는 것이다. 개인 질병 정보를 민간 보험회사가 관리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재앙이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이 개인의 질병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질병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보험업법은 일단 국가가 개인 질병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민간 업계가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정보도 공공연히 유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적인 예로 산재보험자료를 기반으로 한 산재환자블랙리스트가 공공연히 나돌고 운전면허 적성을 이유로 정신질환 병력이 경찰청에 공공연히 제공되고 있다. 이를 민간보험기관이 관리한다면? 질병 병력자들의 취업 제한, 건강보험 가입 금지 등 사회적 약자들의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의료기관의 치료 내용에 대한 자본의 직접 통제를 초래하게 될 ‘민간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기관의 설립’도 큰 문제다. 보험 회사의 입장에서 적절한지 아닌지 심사하겠다는 이야기는 곧 진료를 개인의 건강이 아니라 보험회사의 이익에 맞게 재단하겠다는 내용 이상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함으로써 민간 의료보험 도입의 기초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자본에 대한 규제를 정부의 직접 규제에서 금융 규율로 바꾸겠다는 일련의 금융화 조치 중 하나다. 보험 시장에 대한 규제 철폐와 완화, 은행-증권-보험산업의 겸업 허용을 뼈대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금융화 전략의 성공적인 이행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 자유화 조치다. 그리고 제3차 금융 구조조정의 시발로 보인다. 은행과 증권의 금융 겸업화와 복합 금융기업의 제도화, 더 나아가 공적 연금과 사회 보장 체제 축소와 그 자리를 대체하는 재벌들의 사적 보험 확대 등, 미국에서 1970∼1980년대를 거쳐 현재 진행중인 금융 구조조정 단계를 지금 한국이 시도하고 있다. 보험회사의 신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재벌의 보험 시장 진출을 허용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하는 세계 기준의 시장 규율을 도입하는 것 등은 김대중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금융화 전략의 새로운 조치다. 따라서 민간 의료보험 도입은 단지 인권 차원만이 아니라 자본의 사회보장 부문 지배를 위한 전략의 하나로 파악할 수 있다. 노동 단체와 시민 사회 단체들은 현재 개인 질병 정보 유출을 둘러싸고 반대 운동을 시작했고 금융 부문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도 시작되려 하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에서 관철되고 추구되고 있는 자본의 지배 전략을 더 분명히 깨닫고 이에 맞서 투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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