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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한폭탄’은 마침내 폭발하는가

이건희에 버금가는 ‘비리 자판기’ 이명박 앞에 이번엔 BBK 김경준이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며 나타났다.

개미투자자 5천여 명에게 6백억 원 피해를 입힌 BBK 게이트는 무기징역도 가능한 중범죄다. 검찰 수사에 따라 이명박은 후보 자격 박탈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우익들이 두려워한 후보 ‘유고’ 사태인 것이다.

무엇보다 BBK는 위장 전입, 탈세, 비리와 특혜, 자녀 위장 취업, 온갖 저질 발언 등이 쌓이면서 계속 커져 온 이명박에 대한 환멸과 분노를 마침내 폭발시키는 ‘한 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김경준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입국했고, 이 국제사기꾼의 한마디에 나라가 들썩거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은 김경준이라는 뇌관의 점화를 막기 위해 “죽을 각오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두 차례나 송환 연기 신청을 했고 LA부터 검찰청사까지 김경준이 가는 곳곳에 ‘탐지조’를 급파해 24시간 추적을 벌여 왔다. BBK 의혹을 집중 폭로한 〈한겨레〉에는 60억 원의 손배를 청구했다.

“수십만 명의 군중이 동원되는 전국적 민란”을 들먹이더니 “후보로 등록하면 수사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라는 게 선거법 11조의 취지”라며 검찰을 협박하고 있다.

검찰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아들의 병역 비리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나라당의 압력에 굴복할 듯하다. 검찰은 이명박에게 불리한 내용이 새 나갈까 봐 수사 취재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지난 8월에도 검찰은 도곡동 땅이 “제3자 소유로 보인다”는 어정쩡한 결론만 내고 수사를 끝냈다.

‘이명박 찌라시’라는 보수언론도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BBK 관련 토론 금지’까지 거론했다. 선관위도 이명박을 비판하는 인터넷 게시물을 마구잡이로 삭제하고 게시물 작성자는 물론 퍼나른 사람들에게까지 경찰 출석요구서를 보내 입에 자물쇠를 채우려 한다.

그러나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의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한겨레〉 여론조사를 보면 이명박 지지율은 지난 한 달간 17퍼센트나 추락했다. 한나라당 일부 중앙위원과 당원들은 탈당하며 이회창 지지를 선언했다. 그래서 〈조선일보〉 김대중은 “BBK가 대포는 못 돼도 수류탄 정도의 위력이라도 발휘한다면 대선의 상황은 좌파에 유리하게 굴러갈 것”이라고 불안해 한다.

물론 이명박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다. 자신이 아무리 오물을 튀기며 악취를 풍겨도 ‘산토끼’들이 다시 범여권으로 돌아갈 리는 없다는 확신이다. 실제로 개혁 사기 전과를 세탁할 간판 교체에만 골몰하는 정동영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고 ‘후보 단일화’도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개혁’을 말하다가 반개혁적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하고, 파병 재연장 반대 입장을 밝혀 놓고 철군결의안 상정에는 반대하고, 삼성 특검을 합의해 놓고 청와대의 한마디에 돌아서는 모습은 정동영이 노무현의 계승자라는 확신만 심어 줬다. 정동영이 독재자 박정희를 “성공한 경제지도자”로 치켜세우는 데에 이르면 왔던 표도 이명박에게 돌아갈 판이다.

반면 ‘무응답층’은 일주일 새 두 배로 늘어 20퍼센트나 된다. 〈중앙일보〉의 주간 여론조사에서는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아직 지지 후보를 못 정했다는 결과가 4주째 반복되고 있다.

우파의 위기와 범여권의 지리멸렬 속에 대선 판도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적 주장과 실천을 통해 약진할 수 있는 발판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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