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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브라질 차례인가?

다음은 브라질 차례인가?

이수현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에서 시작해 이제 라틴 아메리카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경제 위기의 가장 최근의 제물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주에 최대 규모의 차관을 브라질에 제공했다. 그 목적은 지난 3년 동안 1930년대식 공황에 빠진 이웃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3백억 달러의 IMF 차관에는 브라질 정부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들을 훨씬 더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IMF는 브라질 정부가 공공 지출을 삭감해서 매년 총 생산량의 3.75퍼센트를 국제 은행과 서방 정부들에 넘겨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IMF는 차관의 80퍼센트를 내년까지 보류했다. 이는 10월로 예정된 브라질 대선의 승자를 압박하려는 의도다. 브라질이 직면한 위기는 라틴 아메리카 대부분의 지역이 겪고 있는 더 광범한 위기의 일부다. 이웃 아르헨티나의 실업률은 한 통계치에 따르면 40퍼센트이고, 인구의 절반이 공식 빈곤층이다.

IMF에 가입한 부국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정부는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를 돕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 정부는 아르헨티나가 “무모한 경제 정책들”을 추구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르헨티나는 지난 1990년대 내내 IMF의 모범 사례였다. IMF와 서방 정부들은 1998년에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수십억 달러를 빌려준 바 있다.

1998년은 자본주의의 또 다른 “모범 지역”인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금융 위기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된 해였다. 그 위기는 러시아, 라틴 아메리카 대부분, 금융도박단인 미국계 투기성 단기자금 회사들을 강타했다.

당시 IMF가 차관을 제공하면서 덧붙인 조건은 라틴 아메리카 경제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대부분 실패했다. 이 조건들은 공공 지출과 임금 삭감, 사유화와 실업 증가였다. 그 결과 기업들은 파산했고 이것이 실업 증가로 이어져 위기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사유화 때문에 경제의 많은 부분이 거대 투자가들의 변덕에 제물이 됐다. 이들 투자가들은 충분한 이윤을 남길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돈을 해외로 빼돌리겠다고 위협할 수 있었다. 작년 말에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난 일이 정확히 이런 것이었다. 긴축 정책의 고통에 시달린 노동자·빈민의 잘못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IMF의 정책들은 국제 투자가들이 계속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대중을 더 가혹하게 쥐어짜는 것이다.

브라질은 1998년의 위기를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극복했던 몇 안 되는 라틴 아메리카 나라 중 하나였다. 새로운 IMF 패키지(차관과 그 부대 조건)는 라틴 아메리카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이 아르헨티나를 강타한 것과 같은 위기에 빠져들었을 때 일어날 결과를 미국이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 패키지는 긴축 정책과 함께 브라질 대중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 긴축 정책은 다른 라틴 아메리카 나라 대부분을 강타했으며 노동자·빈민의 저항과 항의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이 두려워하는 것

IMF가 브라질 경제에 개입한 것은 세계 경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 준다. 미국 재무장관 폴 오닐은 IMF를 쥐고 흔든다. 2주 전에 그는 브라질과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 차관을 제공해 “구해” 줘도 아무 소용 없다고 말했다. 이것이 브라질의 금융 위기를 더 심화시켰다.

그 전에 오닐은 아르헨티나에 대한 대규모 차관 제공 움직임을 막은 적이 있었다. 미국 정부는 그렇게 함으로써 아르헨티나의 위기를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망해 가는 경제를 떠받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극단적인 자유 시장 정책 선언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위기가 억제되기는커녕 우루과이를 거쳐 이제 브라질까지 확산됐다.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최대 규모 경제인 브라질이 심각한 경제 위기로 빠져들 때 벌어질 일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라틴 아메리카의 붕괴는 전 세계적 위기의 일부다. 아르헨티나는 제3세계 나라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아르헨티나는 남유럽 정도의 생활 수준을 누렸고, 매우 공업화한 나라다. 우루과이가 튼튼한 금융 중심지인 듯했을 때 우루과이는 “라틴 아메리카의 스위스”라 불렸다. 2주 전 정부가 은행을 폐쇄하고 예금 인출을 금지하자 폭동이 일어나고 총파업이 벌어졌다.

통계를 보면, 브라질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다. 게다가 경제 전문가들이 미국, 일본과 유럽의 새로운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와중에 위기가 닥쳤다.

8월 10일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소비 수준]을 확장할 만큼 확장해 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차입을 늘리기보다는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과거 경제 실적이 하향 조정되자, 장차 부자가 되어 지금의 빚을 갚을 것이라는 꿈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경제의 유휴 설비를 고려하면, 투자 역시 크게 증가할 것 같지 않다. 경제 상황은 암울해졌다.” 저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브라질에서 수십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브라질 자본가들을 포함한 국제 자본가들은 현 정권의 대통령 후보이자 신자유주의 옹호자인 조제 세하가 패배할까 봐 두려워한다.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다투는 후보는 좌파 야당인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와 중도 좌파인 노동자전선의 시루 고메스다. 두 후보 모두 복지와 노동자 권리 개선을 약속하고 있다. 룰라는 농민과 농촌 빈민을 위해 급진적인 토지 개혁도 요구했다. 현 정부가 지원하는 후보는 8월 초순에 IMF 패키지를 재빨리 수용했다. 룰라는 이에 대해 “사전 지지”를 말했고, 노동자당은 공식 성명서에서 “불가피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협정을 받아들인다.” 하고 밝혔다. 이것은 IMF와 은행가들이 원하는 그런 열렬한 지지는 아니다.

8월 9일의 한 여론 조사는 두 명의 좌파 야당 후보들이 다시 선두를 다투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거대 투자가들은 브라질 통화 가치를 3.8퍼센트 떨어뜨리고 브라질이 상환해야 하는 부채에 대한 추가 금리를 11퍼센트 끌어올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들은 10월에 룰라가 승리하면 노동자·빈민 사이에서 룰라 정부가 IMF의 요구를 거절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위기는 엄청난 고통을 가져왔지만 또한 지난해 12월 반란과 그 뒤 지속적인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취약해졌다.

미국 정부와 IMF와 다국적 기업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은 그러한 저항이 브라질과 나머지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에 확산되는 것이다. 심지어 많은 IMF 지지자들조차 IMF 패키지가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브라질에 경제 붕괴와 정치 혼란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