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운동의 대의를 단호하게 지켜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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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 동지는 뉴코아·이랜드 투쟁에 연대했다는 이유로 11월 7일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12월 4일에 열린 첫 공판에는 이랜드 노조원, 민주노동당원, ‘다함께’ 회원 등 40여 명이 방청했는데 재판부 변경으로 재판이 연기됐다. 아래 글은 조민호 동지가 11월 23·24일에 보낸 편지다.
다함께 동지들께.
투쟁으로 인사드립니다. 편지가 많이 늦었습니다. 진작 편지를 올리려 했었는데 이래저래 여의치 못해 이제야 소식 전합니다. 여기 성동구치소에 이감돼 온 지도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며칠 전 한바탕 눈이 내리고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매섭게 추었는데 지금은 많이 풀렸는지 견딜만합니다. 저는 건강하게 무탈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11월 11일 노동자대회, 범국민행동의날을 앞두고 갑작스레 연행·구속돼 모두가 놀라고 혼란스러웠을 거라 생각됩니다. 저 또한 구속되고 조사를 마치고 구치소에 내내 있으면서도 납득이 안가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일단 ‘구속’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한지라 힘들었고, 무엇보다 조사에 대응하는 저의 정치적 태세가 부족해서 혹여라도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에 헌신적인 우리 조직과 운동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을까 조심하면서도, 정당하고 매우 값진 뉴코아·이랜드 투쟁이 그리고 우리 운동진영이 방어될 수 있도록 조사기간 내내 묵비로 단호하게 일관되고 대응하였습니다.
이것은 또한 저의 신념이자 뜻이기도 하지요. 매우 효과적이며 발빠르게 저의 이러한 (국가기간) 묵비 투쟁에 많은 동지들의 격려와 힘이 매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선배 동지들께서 조언해 주셨습니다. 평소에 경험과 조직을 통하여 잘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유익한 것인지 새삼 절감했습니다.
저는 11월 7일 저녁에 중랑서로 연행돼 계속 구속·조사를 받았고 11월 13일 오전에 서울북부지검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은 후 성동구치소로 이감돼 지금껏 지내오고 있습니다. 검찰 조사를 많이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잘 마치고 예상보다 빨리 기소돼 지금은 공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2월 4일 화요일 오전 10시 북부지검 103호입니다. 아마도 이날 재판은 제가 동의하지 않고 반박하고 폭로하는 1차 법정투쟁이 될 것이기에 재판기일은 계속 연장될 수 있을 거라 예상됩니다.
구속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제 개인의 안위만을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운동의 대의와 투쟁의 정당성을 단호하게 지켜내고, 함께 투쟁하는 가열찬 투지로 저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임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장기투쟁을 힘차게 전개해 나가시는 뉴코아·이랜드, 코스콤, 삼성SDI 하이비트, KTX 여승무원 등 수많은 투쟁의 전사들을 생각하며 저도 이 투쟁의 승리를 향한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전심전력 투쟁의 각오로 감옥생활에 임하겠습니다.
특별히 다함께 동지들이 많이 보고싶습니다. 불러보고 싶은 이름이 참 많지만 마음으로 새기겠습니다. 누구보다 저는 다함께 동지들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기에 지금도 열심히 투쟁의 현장에서 분주하게 지내실 거라 생각됩니다. 성동·광진 지회 동지들에게는 별도로 연락을 전하겠지만, 이번 제 구속수감에 가장 헌신적으로 뒷바라지를 일선에서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면회를 날마다 오시는데 그러지 않으셔도 저는 괜찮습니다. 재판 준비 잘하고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투쟁!
2007년 11월 23일 조민호 씀
다함께 동지들께
어제 이곳 구치소에서 서신 수거가 없다고 하여 천상 같이 보내게 될 것 같아 몇 가지 추가로 더 쓰게 됐습니다.
보내주신 영치금과 책은 류민희, 전현정 동지를 통해 잘 전달받았습니다. 덕분에 무료하지 않게 생각보다 유익하게 감옥생활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동지들의 따뜻하고 힘찬 격려가 저에게 가장 고무적인 힘이자 감옥생활을 이겨내는데 원동력입니다. 영치금은 특별히 쓰는 곳이 없어 아직 괜찮고 책은 아직 다 읽지 못해서 조금 더 여유가 있을 듯합니다. 필요하면 목록을 적어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주중에 짧지만 매일 면회를 오셔서 특별한 용건은 전달하기가 수월합니다. 해서 가능하다면 추후에 〈맞불〉 기사나 책 서평 등도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서신을 통해 보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숙 씨가 책(소책자) 목록과 우편, 편지에 꼭 필요한 우표를 잔뜩 보내주셨습니다. 많이 기다렸었는데 고맙습니다.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따뜻한 편지도 안부도 전해주셔서 더 없이 반가웠습니다. 저도 되도록 동료들에게 가급적 많이 서신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편지나 책, 〈맞불〉 신문 등은 자체 검열 시일이 있어 조금 늦게 전달받긴 하지만 대체로 무난하게 전달받습니다.
〈맞불〉을 이곳 감옥에서 보는 느낌이 아주 남다릅니다. 기사 하나하나 매우 와닿습니다. 특별히 지윤 씨 글은 아주 잘 보고 큰 힘이 됩니다. 비정규 투쟁 관련 소식 많이 전해주십시오.
제 수번이 13번인데, 공안범으로 분류하더군요. 놀랐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딱 한 사람으로 분류됩니다. 성동구치소에는 집시법으로 구속된 사람이 저 하나라고 그러더군요.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썩 좋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다른 재소자들과 달리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일단 하루에 두 번 요시찰대상이라고 하여 시찰을 옵니다. 서신, 책 등과 관련하여 이틀에 한 번꼴로 싸웁니다. 이곳 구치소도 저에게는 투쟁의 장소입니다.
다른 재소자와 2평 남짓한 운신하기도 버거운 좁은 공간에 5명이 있습니다. 지금 이거가지고도 연일 교도관과 담당자를 향해 항의하고 시정 조치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2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 남자 5명이 지낸다는 건 가혹합니다. 잠자리뿐만 아니라 독서, 글쓰기 등 무엇하나 할 수 없는 극히 좁은 공간이기에 인원수 대비 공간 확보 수용 기준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어딜가나 투쟁으로 일궈내지 않은 것이 없듯이 이곳에 있는 동안은 소홀히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며칠 전 면회를 통해 범국민행동의 날 2차대회가 12월 1일에 잡혔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정말 잘 됐습니다. 이번에는 더 많이 조직될 수 있고 거대한 투쟁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만해도 가슴 떨리고 현장에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멋지고 힘찬 노동자들과 함께 하루빨리 조우하고 투쟁의 팔뚝질을 할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다함께 동지들은 특별히 건강하시고 또 힘차게 살아가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투쟁!!
2007년 11월 24일 조민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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