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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 사고:
이윤 논리가 낳은 끔찍한 재앙

지난 7일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의 대형해상크레인시설과 원유수송선 허베이 스프리트 호가 충돌해 1만 톤이 넘는 원유가 바다로 새 나왔다. 순식간에 생태계를 파괴할 ‘기름 지옥’ 속에서 통곡하는 어민들을 보면 가슴이 무너지는 듯하다.

이번에도 노무현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거짓말, 책임 떠넘기기가 피해 규모를 엄청나게 키웠다. 삼성은 사회뿐 아니라 바다까지 더럽혔다. 왜 유조선은 표박지를 벗어나 있었는지, 왜 예인선들은 ‘충돌 위험’ 경고를 무시했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사고가 난 지 6시간 뒤에도 “추가 기름 유출은 없다”며 이런 상태를 이틀 더 방치했다. “48시간 뒤에나 해안에 상륙한다”는 식의 예측은 어떻게든 방제 비용을 아껴보려는 정부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주민들이 ‘기름 쓰나미’를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렀지만 사고 발생 뒤 24시간이 다 되도록 방제 장비도 지급되지 않았다. 뒤늦게 지급된 방제물자와 방제작업도 유명 해수욕장들에 집중됐다.

이번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 1995년 씨프린스 사고 후, 연구 용역 결과 기름 유출을 대비해 2천5백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자 정부는 ‘없던 일’로 해버렸다. 이어서 정유회사들이 출자한 방제전문회사를 세웠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 방제물자 생산도 잠깐 하다가 더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중단해버렸다. 3천~5천 톤급 방제선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은 무시되고 3백~5백 톤급 선박으로 대체했다.

사고 유조선도 선체가 한 겹으로 된 단일선체였다.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는 두 겹 구조의 이중선체만 운행할 수 있지만 한국 인근을 지나는 유조선의 40퍼센트가 아직도 단일선체다. 정유회사들의 이윤에 대한 한국정부의 배려로 단일선체 사용 금지 제도가 2010년까지 유보됐기 때문이다.

지금 오염된 해안의 길이만 1백70킬로미터나 되고 오염 지역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10배가 넘는다. 양식장과 해변은 검고 끈적거리는 기름과 악취로 가득하다. 생태계가 원상 복구되는 데 길게는 1백 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정유회사들과 삼성,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끝까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