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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총학생회 선거는 무엇을 보여 주는가

올해 서울과 지방의 주요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 운동권(좌파)과 비운동권(중도 혹은 우파)은 당선 총학생회 수나 전체 득표수 총계에서 대략 비슷한 수준의 지지를 획득했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는 비운동권 당선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노무현 정부 초기보다 비운동권의 당선이 더 흔한 일이 됐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의 개혁 배신과 이에 대한 대안 부재감 때문에, 일부 학생들이 실망감 속에 점차 실용적 가치를 좇게 된 결과다. 이에 따라 학생회 선거에서도 ‘비정치성’과 실용주의적 가치를 표방하는 비운동권 선본들이 당선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났다.

물론 이런 현상이 학생 의식의 우경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최근 대학생 의식에 대한 여러 조사를 보면 학생들의 진보·중도·보수 성향 비율은 대략 각각 3분의 1씩 차지했다.
이명박 지지를 선언한 총학생회 선본이 학생들의 항의 때문에 이명박 지지를 철회하거나 심지어 이명박 지지 후보가 단독 출마해 찬반 투표를 했는데도 낙선한 사례는 학생들 사이에 우파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줬다.

당선된 비운동권 후보들은 대체로 우파적 성향보다 ‘비정치성’을 내세워 중도 자유주의적 가치를 지닌 학생들의 지지를 얻으려 했다. 가령 고려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당선한 비운동권 선본은 ‘등록금 인상 결사 반대’와, 비록 양비론이긴 하지만 출교를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고 당선했다.

좌파 후보

올해 총학생회 선거는 좌파가 여전히 강력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 줬다. 좌파 후보들이 전체 투표의 절반 가량을 득표했는데, 이는 진보 성향 학생의 비율(전체 학생의 3분의 1)보다 높은 것이다.

특히 NL 경향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NL 경향 활동가들은 올해 2·13 합의 이후 북미 관계의 일시적 긴장 완화 속에서 자신감 있게 주요 운동 건설에 나섬으로써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물론 이런 긴장 완화가 북한의 선군정치 덕분이라는 틀린 인식에 기반을 둔 자신감이었지만 말이다.)

반면 PD 경향은 약화했다. PD 경향은 대중운동에 대한 종파적 태도 때문에 주요 운동에서 영향력이 축소돼 왔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 않는 태도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PD 경향의 대표적 단체인 전국학생행진(건)의 경우, 대학 내에서 중도적 학생들의 여론을 의식해 첨예한 쟁점에 대해 종종 회피적 태도를 취한 것 때문에 학생회를 통해 강력한 운동을 건설하지 못해 왔다.

이번 대선에서 반노무현 반사 이익으로 한나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우파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억압과 경쟁을 더욱 강화해 학생들 속에서 불만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지난 10년 간 ‘개혁’ 정부 하에서 자유주의적 가치관을 습득하며 성장한 학생들은 친미·부패·권위주의와 같은 불의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뜨릴 수 있다.

김영삼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 정권 하에서 학생운동이 전두환·노태우 구속 투쟁, 등록금 투쟁과 반우파 투쟁 등을 거대하게 건설해, 결국 신한국당 정권을 총체적 위기로 빠뜨린 노동자 투쟁(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의 방아쇠 구실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학생운동 활동가들이 학생들의 저항 잠재력을 이해하고 진취적으로 운동을 건설하려 한다면, 차기 정권 하에서도 학생운동은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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