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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족벌의 심장에 민주노조의 깃발을 꽂겠습니다”

삼성 이건희의 범죄를 폭로하고 민주노조 건설을 추진한 ‘죄’로 무려 34개월을 감옥에 갇혀 고통받다가 지난해 12월 31일에 출소한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이 〈맞불〉 독자들을 위해 결코 꺾이지 않은 투지를 담은 귀중한 출소 인사를 보내 주셨다.

삼성 재벌의 인질이 돼 감옥에 있는 저를 격려하고 가족에게 힘이 돼 주신 동료들과 주위 분들께 고마운 인사를 전합니다.

옥담을 허물고 나온 지금 마음은 마치 어제 감옥에 잡혀 있다가 하룻밤 자고 나온 느낌이 들고,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지난 징역살이 34개월이 영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구속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세상과 노동 현실을 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특별 사면으로 석방은 됐지만, 비리 재벌, 정치 모리배 등 부도덕한 측근을 석방하는 데 구색을 맞추는 기만적인 석방이었기에 아직도 감옥에 갇혀 있는 동지들을 생각하면 고마운 생각은커녕 분노하는 마음이 앞서고 있습니다.

구속된 동지들의 석방은 이 나라 양심과 사회 정의를 재는 도덕적 가치의 기준이기에, 구속된 노동자와 양심수 석방 투쟁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온갖 부정부패·비리의 상징이 된 삼성 족벌에 맞서 싸우는 것은 인간의 삶을 사느냐, 돈의 노예가 되느냐는 싸움이 돼 버렸습니다.

이 싸움에서 삼성 족벌의 무노조 경영을 박살내고, 자주적인 조직을 건설하는 싸움은 그 의미를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인간의 삶이냐, 노예의 삶이냐

그것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사회 정의를 위한 노동자들의 주체적인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삼성노동자들의 자주적인 조직 건설 투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좀 시간이 걸릴 뿐 그 어떠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민주노조의 깃발을 삼성 족벌의 심장에 힘차게 꽂을 것입니다.

많은 분이 삼성 특검에 우려와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부패한 권력은 오래 못 가 망한다는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20년 전에 그 악랄한 군사독재 정권을 맨손으로 몰아내고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나아가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자유와 좀 더 나은 평등한 세상을 쟁취해냈습니다. 이런 국민적 역량과 정신은 지금도 의연히 살아 있어 정의로운 역사 발전의 역동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만약 삼성 특검이 기만적으로 수사하고 삼성 재벌에 면죄부를 주는 반사회적인 결론으로 끝난다면, 이명박 정권은 국민적 분노와 저항에 그리고 자중지란으로 역사적인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끝으로, 지난 징역살이 동안 많은 관심과 격려를 주신 〈맞불〉 독자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삼성 각 계열사에 자주적인 민주노조의 깃발을 힘차게 꽂는 그날까지 치사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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