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위기의 학교》:
이명박 교육 정책의 잿빛 미래를 보여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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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학교》
닉 데이비슨 | 우리교육
“고품질 공교육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이명박은 “교육도 경쟁해야 한다”며 ‘자율’과 ‘경쟁’을 그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위기의 학교》는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경쟁과 시장 논리가 어떻게 영국 공교육을 파괴했는지 선명하게 폭로하는 현장보고서다.
저자는 빈곤과 인종차별 문제 등에 관해 중요한 탐사 보도를 해 왔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18개월간 영국의 학교 현장과 정부 부처를 파고드는 성실한 취재로 영국의 신자유주의 교육 ‘개혁’을 비판하고, 공교육의 위기가 바로 사회적 빈곤 문제, 계급적 불평등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1960년대 말 영국은 대입 준비과정이 있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이류 학교’로 나뉜 공교육의 불평등을 개선하려 했다. 이런 진보적 개혁의 일환으로 아이들을 출신 배경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함께 교육하는 종합중등학교를 도입했다.
이것은 성적이 좋은 아이들과 나쁜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는 것이 더 나은 교육적 성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했다.
그러나 대처의 교육 시장화 정책과 신노동당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 ‘개혁’은 영국 공교육의 진보적 성과들을 갉아먹고 그 껍데기만 위태롭게 남겼다.
무단 결석
신자유주의 ‘개혁’은 학교 선택과 학생 선발을 자율화해 가난한 학생들과 부유한 학생들을 분리시켰다. 그리고 각 학교의 학력 평가 순위에 따라 재정 지원을 결정했다.
결국 부유한 지역 학교들이 더 많은 예산을 받고, 빈곤 지역 학교들은 학교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겨워 하게 됐다. 그래서 빈곤 지역 학교는 교사들에게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쫓아내고 시험 결과를 조작하도록 공공연히 조장했다.
이제 빈곤 지역과 부유한 지역의 공립학교들 간 학력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학력 저하, 무단 결석과 퇴학률 증가로 표현되는 ‘실패한 학교’들은 대부분 도심 빈곤 지역에 위치한 공립학교로, 대다수 학생의 가정은 집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전체 학생의 7퍼센트밖에 안 되는 사립학교 학생들이 상위권 주요 대학 입학생 중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등 교육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위기의 학교》는 바로 이명박의 교육 정책이 초래할 잿빛 미래를 보여 주는 수정구슬과도 같다. 이명박의 교육 정책은 대처 정부와 신노동당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 ‘개혁’과 똑 닮았기 때문이다.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 확대, 대입 자율화는 영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학생과 부유한 학생을 분리시키고 학교 간 격차도 늘려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저자는 공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계급 사회의 모순과 계층 간의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육을 그저 이윤을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이명박에 맞선 수많은 사람들의 저항만이 진지한 대안의 출발점일 것이다. 이 책은 그 출발선에서 훨씬 분명한 걸음을 내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