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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범죄의 역사

주한미군 범죄의 역사

김정숙

미군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을 피신시킨다는 핑계로 60시간 동안 총질을 해 대 노근리 주민 3백∼4백 명을 학살했다. 반세기가 지난 2000년 5월 미 공군의 오폭으로 매향리 주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가 여중생 신효순과 심미선을 잔인하게 깔아뭉갰다.

이 세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주한미군이 저지른 범죄 행위로, 사건이 축소·은폐됐다. 둘째, 주한미군은 오만하게 나왔고 한국 정부는 비굴하게도 미군을 비호했다. 셋째, 불공정한 한미 관계에 바탕을 둔 협정들 때문에 책임자들이 처벌받지 않았다.

그 동안 93개의 미군 기지 주변에서 발생한 미군 범죄의 진상과 피해 상황은 끔찍하다. 미군 범죄는 일반 절도·폭행·교통 사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살인·강간 같은 강력 범죄가 많다.

그러나 이런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한국 정부에게는 거의 없었다. 1985년부터 1990년까지 한국의 재판권 행사율이 1퍼센트를 넘지 못했고 1999년 기준으로 미군 범죄에 대한 한국측 재판권 행사율은 사건 발생 건수의 3.6퍼센트뿐이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소파(한미 주둔군 지위 협정) 규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미군은 부담 없이 범죄를 저질렀다.

점령군

1945년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으로 한국에 들어온 미군은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를 저질러 왔다. 1962년 6월 파주 미군 부대에서는 소파 체결에 불을 지핀 ‘파주 린치 사건’이 일어났다. 미군은 고철을 줍고 있던 이길용 씨에게 “도둑놈”이라고 고함을 지르더니 발가벗긴 채 몽둥이로 두들겨 팼다. 미군은 이 씨의 눈, 코, 입에 흙을 쑤셔 넣고는 그를 전신주에 거꾸로 매달았다.

1992년에 주한미군 범죄가 공론화되고 ‘주한미군범죄근절 운동본부’가 건설된 계기는 윤금이 씨 살인 사건이었다. 미군 병사 케네스 마클은 콜라병으로 윤금이 씨의 머리를 난타했다. 피 흘리며 죽어가는 윤금이 씨의 성기에 콜라병을 박고 항문에 우산대를 꽂았다. 그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합성세제를 윤금이 씨의 온몸에 뿌렸다.

이 극악무도한 살인자를 처벌하라는 서명 운동에 10만 명 이상이 동참했다. 규탄 시위에 2천 명이 넘게 참가했다. 결국 사건 발생 1년 6개월 만에 마클은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그는 뻔뻔스럽게도 미국 사법부에 “내 신변을 보호해 주지 않으면 내 생명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결국 그는 감형돼 현재 천안 소년원에 수감돼 있다.

1995년 술 취한 미군과 그의 가족이 3호선 전철에서 소란을 피우고 성추행까지 했다. 이에 항의한 조정국 씨를 미군들은 5분 넘게 발길질을 했다. 이들은 시민들의 항의로 한국 경찰에 끌려 갔지만 신문을 거부하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미군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농성을 하던 조정국 씨는 교통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됐다.

1996년 에바다 농아원에서 수화를 통해 원생들과 친근해진 윌리엄스는 소년들을 강제 성추행했다.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그는 오히려 자기가 아이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사건은 은폐됐고 윌리엄스는 집행유예 판정을 받았을 뿐이다.

1997년 이태원 버거킹에서 미군 아들인 페터슨과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는 조중필 군의 가슴과 목 등을 9군데나 찔러 죽였다. 그 이유는 ‘피 보기 게임’을 하고 싶어서였다. 살해범인 페터슨은 고작 6개월 선고를 받고 8·15 특사로 사면됐다. 에드워드 리는 징역 20년 형 선고를 받았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0년 기지촌 여성인 서정만 할머니(65세)를 죽인 미군은 살인을 저지른 뒤 국제공항에서 검문이 면제되는 미군의 특수 지위를 이용해 미국으로 떠났다.

주한미군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공정한 소파에 앉아 파렴치한 범죄들을 저질러 왔다. 이런 범죄들은 한국인의 인권과 생존권을 철저히 짓밟아 왔다.

한국 권력층은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를 지킨다”며 미군 범죄에 침묵해 왔다. 〈조선일보〉는 여중생 압사 사건 다음날 관련 기사를 단 한 줄도 싣지 않았다. 김대중은 이번 사건을 이용해 반미 감정을 악화시키지 말라고 당부했다.

미군이 이 땅에 들어온 이래로 저지른 10만 건이 넘는 범죄를 보면 주한미군이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은 안보 논리를 내세워 미국의 패권과 이익을 보호해 왔다. 이들이 이 땅에 존재하는 한, 연필깎이 칼로 목이 잘리고, 강간당하고, 미군 차가 한국인 운전자를 매달아 죽음의 곡예를 하는 범죄들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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