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 70여 명이 참가한 ‘새로운진보정당운동(준)’ 주최 토론회에서 진보정치연구소 전 부소장인 조현연 교수와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가 발제를 했다.
며칠 전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조현연 교수는 민주노동당의 모든 문제는 “자주파가 2001년 9월 테제를 억지로 관철시키려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주파와는 함께할 수 없어 분당을 한다는 것은 신당파들이 강조하는 다양성·다원주의와 모순된다. 조현연 교수 자신도 “자본주의 질곡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길을 인정한다”고 했으면서 말이다.
지극히 짧게만 허락된 청중 토론 때 내가 이 점을 지적하자 조현연 교수는 “종북파라는 민족 패러다임은 진보가 아니”라고 답했다. 다원주의는 말뿐인 것이다.
조현연 교수는 신당의 가치와 비전으로 자본주의 질곡 극복하기, 적록연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억압과 차별에 적극 개입하기, 여성의 주체적 참여 등을 열거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강령과 여러 정책들에도 담겨 있는 이런 가치들이 왜 분당의 근거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신당의 방향과 전망에 대해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의견이 분분해 보였다. 박승옥 대표는 민주노총을 “장사꾼 조합”이라며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전투성을 비난했는데 이것은 신당론자들이 정규직 노조의 투쟁 자제와 양보를 함축하며 ‘사회연대전략’을 주장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나머지에서는 별 공통점이 없었다. 조현연 교수가 진보의 청사진이라고 말한 《사회 국가》는 ‘진보적 성장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지만, 박승옥 대표는 “경제성장 자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박승옥 대표는 “운동 정치와 정당 정치는 국가라는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고 비판해 정당을 만들자는 것인지도 불분명했다. 반면, 조현연 교수는 “집권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원주의
한국사회당·초록정당을 만드는 사람들·함께하는 시민행동·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등에서 온 토론자들은 신당의 미래에 관해 우려했다.
그 중 금민 한국사회당 전 대표의 발언이 압권이었다. 금민 전 대표는 “종북주의 청산과 민주노총 의존 탈피는 사회당이 10년 동안 주장해 왔던 것으로 전혀 새롭지 않다”며 “과연 잘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주요섭 ‘초록정당을 만드는 사람들’ 집행위원은 “심상정 비대위가 잘 된다면 진보 신당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 뒤, “신당의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다. 민주노동당이 문을 닫지 않는다면 그 아류처럼 보일 것이다” 하고 덧붙였다.
오관영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종북파[에 대해] 말하는데 누군 오고 누군 오지 말아야 하나? 다양한 세력들이 함께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직언을 하기도 했다.
결국 토론자 중 누구도 신당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지 않았다. 분당파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