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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서방 제국주의

“이 모든 일은 이라크의 위협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 것은 없다. 테러와의 전쟁이나 도덕과도 전혀 무관하다. 사담 후세인이 사악한 인간은 것은 분명하지만, [1980년대에] 우리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그에게 무기를 팔았을 때도 그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사악한 인간이었다. 당시 그는 서방의 이익을 위해 일했지만, 지금은 서방의 석유 공급을 보호하기 위한 속임수를 은폐하는 데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명 아래 석유를 차지하려는 전쟁이 추진되고 있다.” 이것은 마저리 몰럼이 한 말이다. 몰럼은 4년 동안 신노동당에서 가장 인기있는 각료였다. 그녀가 부시와 블레어의 전쟁 계획을 비난하자 전쟁광들은 격노했다. 〈선〉은 사설에서 그녀와 전쟁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미국을 증오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마저리 몰럼은 중동 전역의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미국의 전쟁 위협은 서방의 오랜 중동 개입 역사에서 최근의 사례일 뿐이다. 19세기에 세계를 지배한 영국과 프랑스는 무력으로 중동의 일부를 점령하는 한편 중동의 다른 지역에는 말 잘 듣는 정권들을 세웠다. 당시 영국은 주로 중동 동쪽의 대영제국 식민지들로 가는 중간 기착지로서 중동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영국이 1882년에 이집트를 점령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제1차세계대전 때까지 중동의 나머지 지역은 서방의 직접 통치를 받지 않았다. 지금의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부분, 시리아, 요르단, 팔레스타인은 터키를 근거지로 하는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 제1차세계대전이 끝나자 오스만투르크 제국은 무너졌고, 영국과 프랑스가 자기들 멋대로 중동을 분할했다.

1920년대 말이 되면 중동 전역에 석유가 얼마나 많이 매장돼 있는지 분명히 드러났고, 석유는 세계 자본주의에 가장 중요한 상품이 되고 있었다. 당시 영국 외무장관 커즌 경은 제1차세계대전 때 “동맹국들은 석유의 파도 위에 떠다니며 승리를 향해 나아갔다.” 하고 말했다. 오늘날 중동에는 구 소련을 제외하면 세계 석유 매장량의 절반이 묻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만 세계 석유의 4분의 1이 매장돼 있다. 모든 서방 열강은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앞다퉈 중동에 개입했다.

우리는 1991년 제2차 걸프전이 “불쌍한 약소국 쿠웨이트”를 도와 주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 고위 장성은 이렇게 진실을 털어 놓았다. “쿠웨이트가 당근을 키우고 있었다면, 우리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아주 오래된 진실을 시인하는 말이었다. 1950년대에 영국 외무장관 셀윈 로이드는 그 사실을 아주 간명하게 표현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 유전 지대는 서방의 수중에 남아 있어야 한다. 만약 상황이 나빠진다면, 우리는 무자비하게 개입해야 한다.”제2차세계대전 후에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를 대신해 중동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미국은 중동과 그 지역의 석유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추구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집트까지, 그리고 여러 해 동안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같은 잔인한 독재 정권들을 후원했다. 인권이나 민주주의 따위는 미국의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미국이 언제나 두려워하는 것은 아랍 민중의 분노가 폭발해 아랍의 지배자들을 쫓아내고 미국의 이익에 도전하거나 혁명이 일어나 친서방 지배자들을 타도하는 것이다.

1950∼60년대에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가 서방에 도전했을 때, 그리고 1979년 미국의 주요 동맹국 이란에서 혁명이 일어나 팔레비가 타도됐을 때 미국의 그런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그래서 미국은 또 다른 전략을 추구해 왔다. 그것은 중동에서 미국의 “경비견” 노릇을 하는 믿을 만한 동맹국 이스라엘을 후원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나세르가 서방의 이익에 도전한 것을 분쇄하는 데서 결정적인 구실을 했고 지금까지도 미국의 이익에 사활적이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은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다. 앞으로 미국의 국내 석유 매장량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오늘날, 중동 석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았다. 미국 지배자들은 상당한 규모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다른 지역들도 확실히 통제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앞으로 한동안 미국 자본주의를 좌우할 석유 공급 문제에서 중동은 여전히 긴요할 것이다. 미국 지배자들은 중동의 핵심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점차 의심하고 있으며 이라크의 엄청난 석유를 확실히 통제하고 싶어한다.

미국 지배 계급, 특히 조지 W 부시 일당에게는 전쟁을 밀어붙일 만한 또 다른 동기가 있다. 그들은 자기들이 공언한 이라크 “정권 교체”를 실제 행동으로 뒷받침하고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전 세계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시의 전쟁 계획에 반대하는 것은 “반미”가 아니다. 그것은 많은 평범한 미국인들이 전쟁몰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마저리 몰럼이 옳다. 이번 전쟁은 미국 지배 계급이 중동과 전 세계에서 미국의 정치적·경제적·군사적 힘을 확실히 하려는 것과 관련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 제국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