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저항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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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의 주역 문부식이 쓴 책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 광기의 시대를 생각함》이 최근 출판됐다. 이 책은 나오기도 전에 〈조선일보〉가 격찬하며 대서특필하는 바람에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문부식 씨의 이 책은 1980년대의 전투성을 한때 상징했던 옛 투사의 퇴락을 뚜렷이 보여 준다. 모호하고 에두르는 문체, 동어반복, 모순되는 말 투성이에도 그가 말하려는 핵심은 분명하다. 그는 우리 역사에서 저질러진 폭력의 책임이 국가에만 있는 게 아니라
그런데 그가
그는 한 마디로 묻는다.
이것은 완전한 오해다. 일상적 파시즘론은 폭력의 근원을 개인
문부식이 이 책에서 찾겠다는
이것이 엄청난 역사 왜곡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군사 독재에 맞서 1∼2백만 명이 거리를 가득 메우곤 한 그 날들에 대한 기억은 한낱 혁명가들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신기루란 말인가.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는 남한 저항 운동의 역사, 특히 1980년 광주 항쟁 이후 등장한 급진적 저항 운동의 역사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다.
추상적 도덕주의
그는 역사를 새로 쓰면서 국가 폭력뿐 아니라 모든 폭력 ― 저항의 폭력도 ― 에 반대하는
폭력에 대한 도덕적 비난으로는 지배자들이 민중을 향해 엄청난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비폭력주의는 지배자들이 아니라 피억압자들을 옥죄는 구실을 하게 된다. 검찰
아니나다를까 문부식은 책 곳곳에서 그 동안 우파들이 벌여 온 마녀사냥에 동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참여한 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뿐 아니라 1989년 5
문부식은 20년 전 자신의 실천에서 엉뚱한 교훈을 이끌어 낸다. 당시 미 문화원 방화로 의도치 않게 무고한 한 대학생이 죽게 됐을 때, 그가 반성해야 했을 것은
현재 그는 모든 국가에 반대하는 아나키즘경향을 띠고 있는데 아나키스트 정치가 흔히 그렇듯 어디로 튈지 모른다.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