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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와 계급투쟁

자본주의 사회가 불안정해지면, 바로 내년에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지금 이러한 불확실성이 지배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다.

전 세계 지배계급들은 경기 침체로 말미암은 기업의 연쇄 파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심각한 불황이 미칠 이데올로기적 효과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주요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2주 전에[1월 하순경] “나는 지금 금융 체제의 취약성과 기업 중역들이 이를 이용해 막대한 이득을 취한 것이 결합돼 가장 중요한 것, 즉 시장경제 자체의 정치적 정당성이 훼손당할까 봐 두렵다” 하고 고백했다.

그가 걱정할 만한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누구든 “대중 자본주의”를 믿었다면, 지금은 그 믿음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스코티시 위도우 생명보험은 지난주 소액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현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가장 극적인 사례로, 한 주식중개인이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수십억 유로를 투자했지만 주가가 폭락하자 유럽의 대형 은행 중 하나인 소시에떼 제레랄이 거의 파산할 뻔했다.

사람들은 영국 신노동당 정부가 노던락 은행의 주주인 한 투기성 단기자금 회사에 5백억 파운드[93조 7천8백25억 원]를 지원하면서도 로버 자동차 회사를 구제하는 데 필요한 20억 파운드[3조 7천5백13억 원]는 지원하지 않았던 것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불과 1년 전에만 해도 자본주의 체제에 그럭저럭 만족한다고 답했을 사람들도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엄청난 혼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경제 위기는 대중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 만약 오랫동안 연기금에 돈을 납입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그 가치가 폭락한다면 누구나 분노할 것이다.

가장 크게 분노할 사람들 중 일부는 보통 노동계급에서 가장 보수적인 부분으로 여겨졌던 사람들이다.

30년 동안 같은 직장으로 출퇴근하고 일주일 중 5일 심지어는 6일 동안 사장의 죄수처럼 살아온 노동자가 어느 순간 자신이 “불필요한 잉여”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예상되는 가장 흔한 반응은 아마도 ‘격노’(激怒)일 것이다.

이 때문에 마틴 울프 같은 자들이 걱정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상황의 결과로 자본주의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정치가 떠오를까 봐 염려한다.

정치적 대응

그러나 경제 위기는 계급투쟁에 모순된 영향을 미친다.

실업에 빠진 이후 즉시 분노가 폭발해도 그것이 오래지 않아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대중이 서로 반목하기 시작할 수 있다. 1970년대 후반 영국의 경제 위기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1979년 마가렛 대처가 권력을 잡은 뒤 2년 동안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전국 철강 노동자들은 16주 동안 파업을 벌였다. 심지어 우파 노조 지도자들까지 총파업을 호소했다.

그러나 불과 1∼2년 만에 대량 실업이 노동계급의 사기를 저하시켰고, 이것은 1984년 광부 파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주의자들은 경제 위기를 환영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업주들이 아니라 노동계급이 [경제 위기로 인해] 고통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위기가 자동으로 반란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위기는 분노를 낳지만 그것이 사기 저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체제에 맞선 투쟁으로 전환돼야 한다.

오늘날 1930년대는 ‘배고픈 30년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정치적 환멸과 분노는 전 세계적으로 좌파적 대중 운동을 만들어 냈다. 미국에서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했고, 프랑스에서 대중파업이 벌어졌고, 스페인에서는 노동자 혁명이 일어났다.

현재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은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온 금융업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 그는 금리를 최대한 높게 유지해 파운드화의 가치 하락을 막는 동시에, 공공부문 대출을 최대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 지출은 억제될 것이고, 특히 임금 인상이 억제될 것이다.

많은 경제 분석가들은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대략 10퍼센트 정도의 물가인상을 유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영국 또한 이러한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경기 후퇴와 인플레이션이 결합되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자들의 대규모 투쟁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파업은 사회에 축적된 분노에 초점을 제공하고 계급적 분단선에 따라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킴으로써 “저들 대 우리”라는 정서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파업은 자본주의의 대안을 제시할 절호의 기회를 좌파들에게 제공한다.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막으려고 기업주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우파 신문과 정치인 들은 이주민과 난민 들에 대한 공포를 선동해 대중의 분노가 계급투쟁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애를 쓸 것이다.

오늘날 좌파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먼저 자본주의가 미친 체제이며 그것이 아닌 대안이 필요하다고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다. 둘째로, 왜 노동조합이 임금 동결에 맞서 싸워야 하는지를 작업장들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주의자들은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 일체에 개입하면서 서로 다른 투쟁들 사이에 정치적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전투적] 노동조합 운동만으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기업주들의 공세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자들이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출처 - 〈소셜리스트 워커〉 2086호(http://www.socialistworker.co.uk/art.php?id=1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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