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코소보 독립을 이용하는 제국주의 열강

발칸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시련을 겪고 있다. 오랫동안 발칸 지역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한편이 되고 러시아가 다른 한편이 돼 제국주의적 패권을 놓고 서로 다투는 장소였다. 이제 코소보의 일방적 독립 선언으로 이런 제국주의 간 갈등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1991년 바르샤바조약기구[냉전 시기 나토에 맞서 옛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체결한 군사 동맹]가 해체된 후 미국은 러시아의 부활을 막기 위한 대(對)러시아 포위 전략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중앙아시아에서 안정된 석유·천연가스 공급 통로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이를 위해서 미국은 내전이 벌어지는 발칸 지역에서 자신만이 안정을 보장할 수 있음을 보여 줘야 했다.

그래서 미국은 1995년에 보스니아에 군사적으로 개입했고, 1999년에는 코소보 문제를 해결한다며 세르비아를 폭격했다. 이제 미국은 1999년 말에 통과된 유엔 결의안을 간단히 무시하고 코소보의 독립 선언을 승인했다.

그러나 최근에 러시아가 발칸 문제에 개입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종교와 역사적인 이유뿐 아니라 다른 무엇보다도 미국의 개입이 낳은 세르비아인들의 분노 때문에 이 지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상당량의 에너지 자원을 사용해 왔다. 예컨대 러시아는 불가리아·그리스와 석유 수송관 건설 계약을 맺었고, 얼마 전에는 세르비아의 국영 석유 기업을 샀다.

이런 배경을 감안할 때 코소보 독립 선언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발칸 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 열강 ― 영국, 프랑스, 독일 등 ― 이 코소보의 독립을 부추긴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코소보 독립 선언은 코소보 정부를 강화하기 위한 조처이기도 하다. 1999년에 미국은 코소보 주(州)의 행정을 유엔에게 넘겼다. 그러나 유엔 통치 하의 코소보 정부에 대한 코소보 알바니아인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졌다. 유엔 통치가 시작된 지 거의 9년이 지났지만 코소보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유럽에서 가장 낮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자결(Vetevendosje)’이라는 급진 민족주의 운동이 탄생했다. 이 단체는 유엔 통치를 “신식민지적”이라고 비판해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지난해 ‘자결’이 조직한 대중 시위에서 경찰이 발포해 시위대 2명이 죽었고 ‘자결’의 지도자들은 불법적으로 몇 달 동안 구금됐다. 미국은 ‘자결’을 “코소보의 적”으로 규정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유엔 식민 통치를 유럽연합 식민 통치로 대체했을 뿐, 코소보에 대한 통제의 끈을 놓지 않았다. 권력은 궁극적으로 유럽연합 민간임무단의 손에 있을 것이다. 민간임무단은 “코소보 당국이 내린 결정이나 채택한 법률들을 무효로 만들거나 코소보 관리를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유럽안정구상(ESI)의 의장 제랄드 나우스는 “코소보는 결코 독립 국가라고 할 수 없다” 하고 지적했다.

세르비아는 러시아뿐 아니라 스페인, 그리스, 사이프러스,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의 외교적 지지에 기대서 코소보의 유엔 가입을 막으려 한다. 세르비아의 진정한 목표는 세르비아인이 다수를 점하는 코소보 북부 3개 주를 세르비아로 편입시켜 코보소를 사이프러스처럼 분할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코소보를 지지하고 러시아가 세르비아를 지지하는 것은, 열강의 뒷받침을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세르비아인들과 알바니아인들의 민족주의적 태도를 더 강화할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세르비아 사회주의자들은 세르비아 민족주의에 도전해야 하며, 세르비아 노동자들이 세르비아 정부의 코보소 압박으로부터 아무런 이득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 지배 계급뿐 아니라 러시아 지배 계급에게도 명확히 반대하면서, 동시에 코소보 알바니아인들과 연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코소보의 독립이 실질적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독립된 코소보가 세르비아와 알바니아 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민족적으로 ‘순수한’ 국가를 건설하려는 시도는 불가피하게 전쟁과 민족 청소를 낳을 수밖에 없다. 발칸 지역처럼 민족 구성이 복잡한 지역에서 민족주의적 해결책이란 있을 수 없다.

대신에 우리는 발칸에서 기층의 사회·반제국주의 운동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건설해서 모든 종류의 억압과 차별에 도전해야 하며, 진정한 민족자결권을 보장할 발칸 사회주의연방의 건설을 주장해야 한다.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