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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의 구실

류민희 동지가 지난 호에 쓴 ‘간통죄는 폐지돼야 한다’ 기사를 잘 읽었다. 간통죄가 성을 억압하고 인간관계를 뒤틀리게 한다는 주장에 완전히 공감한다. 그러나, 간통죄를 여성의 성을 규제하는 반여성적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간통죄의 성격을 오해하게 하는 모호한 규정이다.

류 동지 설명처럼 ‘가족 수호’가 단지 간통죄 유지를 위한 핑계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제도 보호는 간통죄의 핵심 구실이다. 계급 사회에서 성 억압은 가족제도를 통해, 또 그것을 수호하기 위해 이뤄진다. 따라서 간통죄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억압적이다. 성 억압은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 때문에 여성에게 더 가혹한 것이지, 단지 여성만 피해자인 것은 아니다.

가족제도가 여성에게 끼치는 영향은 복합적이고 모순적이다. 여성이 대개 남성보다 경제적으로 더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기 때문에, 가족제도는 때로 여성을 보호하는 구실을 한다(대다수 여성들은 이혼시 삶이 더 악화된다). 물론 가족제도의 보호에서 제외되는 여성들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가족제도는 근본적으로 여성을 억압한다. 왜냐면 가족제도는 여성의 무보수 가사노동에 바탕을 둠으로써 가정과 사회에서 남녀 불평등을 낳고 또 그것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간통죄를 지지하고 보수적 성 규범을 따르는 사람들 중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았다. 다수의 여성들이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산업화와 고등교육 기회의 확대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재정 자립을 이뤘고, 이에 따라 여성의 자의식에 변화가 일어나, 남성과 성에 대한 태도도 바뀌었다. 오늘날 여성은 과거보다 성에 대해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젊은 여성들은 특히 그렇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주류 여성운동 단체들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간통죄를 ‘여성 보호’라는 이유로 지지한 반면, 오늘날은 대체로 간통죄 폐지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여성운동 단체들의 노력으로 이혼시 재산 분할이 이전보다 더 평등해진 변화도 작용했다.

오늘날 가족제도는 이혼과 혼외 성관계, 혼외 출산 증가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배자들은 위기에 빠진 가족제도를 지키려고 간통죄를 존속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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