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생명 놓고 판돈 거는 다국적 제약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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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회사 BMS가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 한 알에 6만 9천1백35원이라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일명 ‘슈퍼 글리벡’이라고 불리는 스프라이셀은 항암제 글리벡 복용 후 내성이 생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치료제다.
BMS의 요구가 실현되면 매일 이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들은 한 달에 4백만 원, 일 년에 5천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BMS는 스프라이셀 가격 산정 근거로 글리벡 가격을 들었다. 그러나 글리벡 가격은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선진 7개국(미국·영국·프랑스·일본·이탈리아·스위스·독일) 약값을 적용해 돈 없는 환자들의 숨통을 조여 왔음을 보여 주는 사례일 뿐이다.
이런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 때문에 매년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20퍼센트씩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에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숨통
BMS와 정부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이번 협상을 통해 정부가 한미FTA 협상에서 다국적 제약회사의 압력에 맞서 지켜냈다고 선전한 약제비적정화방안의 허점이 드러났다. 약제비적정화방안의 ‘약가재평가’는 여전히 선진 7개국 약값을 적용하고 있고, 글리벡 같은 고가의약품의 가격을 내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는 의약품의 가격과 공급을 마음대로 결정하면서 환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예컨대 에이즈 내성 치료제인 ‘푸제온’은 약값이 낮다는 이유로 3년째 판매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키기는커녕 제약회사의 특허권을 강화하는 한미FTA를 추진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로 죽어 가는 전 세계 환자들의 생명이 너무 절박하다. 다국적 제약회사는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횡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정부의 의료시장화 정책도 당장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