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 공동대표 김정욱 교수 인터뷰:
"대운하 건설은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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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7일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의 공동대표인 김정욱 환경대학원 교수를 만나 대운하 건설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들었다. 이 날 김교수는 비슷한 내용으로 한반도 대운하 연속 공개강좌를 하기도 했다.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에 많은 교수님들이 참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모임이 시작됐는지요.
교수님들 중에 한반도 운하에 대해서 염려하는 사람들이 이미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이준구 교수님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내가 신문에 칼럼을 쓴 것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교수들이 한번 입을 모아 보자고 이야기를 꺼냈더니 순식간에 많은 교수님들이 모여서 결성됐습니다.
대운하 건설 계획에 반대하시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운하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좀 다르겠지만 저는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데 반대합니다.
강이라는 것은 이리 구불 저리 구불 흘러 물살이 빠른 데와 느린 데가 생기고 따라서 침식되는 곳과 퇴적지가 생기고, 그에 따라 수심이 깊은 웅덩이와 얕은 여울이 생깁니다. 이런 물길을 흐르면서 에너지가 분산돼 홍수의 파괴력을 줄이기도 하죠. 유속의 차이 때문에 돌과 모래와 자갈, 그리고 미세한 입자의 펄이 깔린 곳과 수초가 자라는 곳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면 벌레에서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중 생물들이 거기서 제각기 먹이를 찾고 산란할 장소를 찾고 물을 맑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운하는 강을 직선으로 만들고 깊은 웅덩이로 만들어 물이 흐르지도 못하게 채워 놓는 것입니다. 그러면 많은 수중생물들이 죽고 물은 썩고 홍수 범람을 일으켜 사람도 죽습니다.
우선 홍수 문제를 보면 독일 운하 예를 많이 드는데 독일의 강과 우리 나라의 강은 다릅니다. 라인강의 하상계수(연중 최대유량/최소유량)는 14밖에 안 되는데 낙동강의 하상계수는 3백72이고 한강의 하상계수는 3백93입니다. 여름에 집중 호우가 내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기후변화 때문에 1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비가 해마다 내리고 있는데, 이런 국지성 호우가 토막 난 각 수로를 범람시켜 홍수 피해를 가중시킬 염려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곡창이 하천변 저지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이는 식량위기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홍수가 오기 전에 물을 미리 빼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를 미리 알려 줄 만큼 용한 예언가는 없습니다.
두 번째로 환경 오염 때문에 우리에게 큰 경제적 손실을 줍니다. 운하는 사실상 물이 고여 있는 상태라서 물이 쉽게 오염되고 회복이 어렵습니다. 이런 물이 상수원에 흘러들면 먹는 물이 오염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취수지를 이전해야 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그런 사업입니다. 플로리다 운하의 예가 이를 잘 보여 줍니다.
플로리다는 1920년대에 반도의 구석구석을 다 운하로 연결하느라 구불구불한 강들을 전부 직강화했습니다. 강 길이를 거의 절반으로 줄이고 수심을 10미터 이상 유지하려고 강바닥을 파고 댐과 갑문을 설치해 전기로 수문을 열어야만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1928년에 이 공사가 완공되자마자 홍수로 2천여 명이 죽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운하에는 물을 항상 채워 놓아야 하기 때문에 홍수에 취약한 것입니다. 그래서 플로리다 운하는 6미터 높이의 둑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부영양화[수중생태계의 영양물질이 증가해 조류가 급속히 증가하는 현상]가 일어나면서 물이 갈색으로 변해 버렸는데 이 물들이 지하수로 스며들어 거의 모든 운하지역의 지표수와 지하수에서 냄새가 났습니다. 수중생물들이 사라지면서 물새들이 사라졌고 강과 육지 사이에 단절이 일어나면서 식생에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토양이 유실돼 지금까지 거의 1.5미터 두께의 흙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추세로 앞으로 20~30년 더 토양이 유실되면 토양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플로리다 운하에서는 하천복원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강인 키시미 강을 복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키시미 강을 운하로 만드는 데에는 3천만 달러가 들었지만 복원공사에는 10배인 3억 달러가 들고 있습니다.
네 번째로는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정부 계획에서는 필요한 공사비가 많이 빠졌습니다. 상수취수원 이전 비용, 댐의 높이만큼 강변에도 죽 쌓아야 할 하천제방 건설비, 암반하상 굴착비, 높이와 교각 사이의 거리가 맞지 않아 새로 건설해야할 교량개축비, 수몰민 이주대책비 등을 빼 놓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모래인 골재를 팔아서 8조 원 이상을 충당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연간 모래시장의 규모가 1조 원 밖에 안 됩니다. 이 돈이 나오겠습니까? 그리고 유럽에도 섬나라나 반도 국가들은 다 운하 물동량이 제로인데 삼면이 바다인 우리 나라에서 물동량도 없는 운하를 만들겠다는 것은 낭비입니다.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 외에도 그나마 일자리라도 생기면 좋은 것 아니냐 이런 정서가 있는 것 같은데요.
기왕 돈 써서 일자리를 만드는 거라면 다른 것을 해야 합니다. 건설 산업으로 생기는 일자리는 고작해야 건설 기간 동안에만 생기는 일자리입니다. 따라서 같은 돈을 들이는 것이라면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 지식기반 산업이나 첨단 산업 같은 것들을 고려해서 시도해야죠.
이명박 정부는 운하로 온난화를 막는다는 얘기도 합니다. 운하로 도로수송 물량을 이전시킬 수만 있다면 시장 경제 논리에 따른 효율은 좀 떨어지더라도 온난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운하를 하더라도 어차피 도로 물동량은 그대로 남아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경부 운하가 만들어져도 강이 끝나는 자리에서 최종 목적지까지는 도로 교통이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 운하를 다니는 배들 자체가 엄청난 오염원이거든요. 배들이라는 게 아주 저질의 연료를 쓰고 엔진도 그렇게 좋은 엔진이 아니에요.
그리고 운하를 만들면서 생각지도 못한 데서 온실가스가 많이 나와요. 퇴적물을 파낸다든지 식생을 망가뜨리는 과정에서 오히려 오염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도로 교통에 비해 경제적으로 대단히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물동량도 없겠지만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운하를 통한 교통은 철도에 비해 훨씬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냅니다.
앞으로 서울대 교수 모임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자료 만들어 내고 공개강좌를 계속 할 겁니다. 책도 낼 계획인데 우선 만화책을 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학교 교수님들도 참여해서 전국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한반도 대운하가 우리 나라 앞날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많은 관심 가져 주시고 이 계획이 추진되지 않도록 많이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