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고려대 퇴학 효력 정지와 복학 판결:
“7백 일간의 투쟁과 연대가 일궈 낸 소중한 승리입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3월 17일 서울지방법원은 우리가 제기한 퇴학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2007년 10월 4일 출교무효 판결, 2008년 1월 29일 출교효력정지 판결에 이어 세 번째로 우리의 학생 지위를 회복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학교 당국은 출교효력정지 판결 이후 그 취지를 무시하고 우리를 퇴학시켰지만 이제 더는 꼼수를 부리지 못할 것 같다. 학교 당국도 “일반 학생들과 차별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학생처장, 〈뉴시스〉)이며 “이달 안으로 모든 절차를 완료시키겠다”(학생처장, 〈고대신문〉)고 했다.
또, 3월 20일 내로 등록 절차를 마무리하고 2년 전 출교 당시 납부했던 등록금도 모두 보전해 주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학기부터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결국, 우리는 완전히 승리했다!
법원은 “이 사건 감금행위 당시 피해 교수들은 … 요구안을 단지 수령만 하였다면 언제든지 고려대학교 본관 건물을 떠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학은 …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성숙된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이 필요했음에도, 고압적이고 관료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 [본관 시위]까지 이르게 [했다]”고 판결해 학교 당국에 일침을 가했다.
법원은, 학교 당국이 2년 동안 고집했던 “반성”과 “사과”에 대해서도 “책임이 전적으로 신청인[출교생]들에게만 있는 것으로 대외적으로 각인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있고, 우리가 “양심과 신념에 따라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인정해 줬다. 학교 당국은 우리에게 더는 사과와 반성을 강요할 명분이 없어졌다.
그간 학교 당국은 학생운동이 강화될까 봐, 출교를 결정한 고대 보직교수들의 명예와 위신이 떨어질까 봐 법원 판결조차 무시하고 출교 입장을 고수해 왔다.
우리가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를 ‘두 번 출교’시키는 퇴학 꼼수도 부렸다. 퇴학이 나름 고심에 찬 결정이었다는 의미로 학교 당국이 법원에 제출한 상벌위원회 속기록은 이 징계가 얼마나 정치적인가를 드러냈을 뿐이다.
결국 “사람들이 출교는 너무하다고 생각했지만 퇴학은 다르다” 하고 자신감을 보였던 학교 당국은 쓰디쓴 패배를 맛봤다.
이제 학교 당국은 우리를 복학시키는 것은 물론 출교무효판결 항소 절차도 취하하고 퇴학징계 역시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
지난 3월 14일 퇴학 철회 변호사비 마련 후원주점은 지난 2년 동안 출교 철회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얼마나 넓어졌는지 잘 보여 줬다.
학교 당국의 이간질 때문에 우리와 다소 소원했던 보건과학대 학생회장은 “저희들을 위해서 행동해 주신 분들인데 … 이곳에 오는 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미안합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길에 저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말해 우리 출교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명박 시대의 새로운 승리들로 이어지길
또, 이랜드 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이 참가해 “고대 출교 동지들이 지난 2월 초 승리했다며 남은 농성기금을 털어서 저희들에게 주었습니다. 다시 퇴학됐다는 소식을 듣고 돌려주려 했으나 통장잔고가 비어 있었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모금을 조금 했습니다. 동지들의 승리가 우리의 승리일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한 달에 7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최저임금으로 고통받는 고려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 조합원들이 모금에 동참해 1백27만 원이나 되는 돈을 전달해 주셨다. 이날 주점은 출교 철회 투쟁이 아름다운 노동자·학생 연대를 건설했음을 보여 줬다.
심지어 연대 후원 주점 장소를 대여해 준 교우회관 식당업체 관계자도 교우회와 학교 당국의 행사 불허·취소 압력을 거부하고 우리에게 후원금까지 줬다.
학교 당국의 복학 사기극과 퇴학 결정 이후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전국의 대학 학생회들, 그리고 잘 모르는 이름으로 들어온 변호사비 마련 후원금과 주점 수익까지 합쳐서 총 8백만 원이나 모였다.
학생들은 법원 판결 소식에 “이번엔 확실하겠죠?”라며 불안해 하면서도 “제 일처럼 기뻐요!”라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학내 거리에서 나눠 준 1천5백 장의 리플릿이 1시간여 만에 동이 날 정도였고 리플릿을 받은 학생들이 곳곳에서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해 주었다.
임종인 국회의원은 “새 역사를 쓰는 자네들을 존경하네” 하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홍세화 씨는 우리의 복학이 확정된 18일, 강연 일정으로 고려대를 찾았다가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너무나 기뻐했다.
김성환 삼성일반노동조합 위원장과 김갑수 삼성해복투위원장은 기쁨에 찬 목소리로 “정말 고생 많았다. 삼성에 맞선 투쟁이 승리를 거뒀다”고 우리를 격려해 주었다.
출교 철회, 퇴학효력정지, 복학으로 이어진 우리의 승리는 지난 2년 동안 지속된 수많은 학생들, 교수님들, 시민들의 연대 덕분이다.
7백 일간의 출교 철회 투쟁은 학내는 물론 범사회적으로 강력하고 아름다운 연대를 건설했고 학교 당국을 고립·분열시켰다. 끈질기고 광범한 운동은 이명박 시대에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줬다.
우리의 승리가 전체 노동자·학생 운동을 고무하고 새로운 승리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