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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논쟁:
티베트인들의 투쟁을 옹호하라

티베트 민중 항쟁이 벌써 3주째로 접어들고 있다. 항쟁의 발원지인 라싸의 상황은 대규모 중국 점령군 때문에 ‘안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쓰촨성 등에서는 아직도 독립 요구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진보 인사, 조직, 정당 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티베인들의 항쟁을 지지하고 티베트 연대 시위에 참가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티베트인들의 항쟁을 선뜻 지지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중국 정부와의 외교적‍·‍경제적 관계에 정권의 운명이 걸린 몇 안 남은 스탈린주의 정권들은 중국 정부의 학살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 이번 사태는 불법분자들이 조직적으로 일으킨 폭력 범죄 사건[으로] 티베트의 안정과 티베트인들의 이익을 위한 중국 당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쿠바 정부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스탈린주의 정치의 잔재를 갖고 있는 일부 좌파 활동가들도 아쉽게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과거에 마오주의자들은 마오쩌둥 시대 중국을 모종의 사회주의라고 오인해 중국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했는데, 일부 마오주의자들은 여전히 그 생각을 버리지 못한 듯하다. 예컨대 마오주의가 여전히 강력한 인도의 한 마오주의 공산당(인도 공산당 마르크스주의-레닌파) 핵심 활동가는 최근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정부의 티베트 점령이 ‘진보적’이라고 주장했다.

침묵

물론 스탈린주의(마오주의도 그 일종이다)의 유산을 간직한 좌파들만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차베스는 이렇게 말했다. “제국주의가 베이징 올림픽을 사보타주하려는 시도가 진행중이다. 전 세계인들은 제국주의의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해 중국을 지지해야 한다.” 그는 중국을 미국 제국주의를 견제할 세력으로 보기 때문에 티베트 사태로 중국이 약화돼 미국 제국주의가 이득을 챙기는 상황을 우려한다.

티베트인들의 저항을 지지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망명 정부의 친서방적 성향 때문에 티베트인들의 저항을 지지하지 않는다.

또, 온갖 끔찍한 일들을 저질러 온 서방 정치인과 정부 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중국 정부에 압력을 넣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이번 사건에 달려드는 것을 보면서 과연 티베트인들을 지지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도 티베트 투쟁에 관한 성명서를 낸 진보 단체들의 수는 매우 적다. 민주노동당은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첫째, 중국과 북한 정부의 주장과 달리 티베트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가 아니었다. 민주노동당 당원게시판에서 한 당원이 “전라도나 경상도에서 ‘우리는 신라나 백제이니 독립하겠다’고 하면 독립을 시켜야 하는가”고 다함께에 물었다. 그러나 전라도나 경상도와는 달리 티베트는 1951년 중국군이 강점하기 전까지 한족 정권과는 독립된 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티베트 역사 전문가 처링 사키야는 전근대 시대에 중국 왕조와 티베트 왕조가 일종의 군신(君臣) 관계를 맺었음에도 중국 왕조가 주변국과 맺은 책봉(冊封) 관계처럼 형식적인 관계였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1911년 청왕조가 붕괴한 뒤부터 1951년까지는 그런 형식적인 관계조차 없었다. 중국 정부가 티베트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된 것은 중국 공산당이 1951년 티베트를 점령한 뒤부터였다.

마오주의자들은 중국 정부가 티베트 왕조를 무너뜨려 “티베트인들을 봉건적 속박에서 해방시키고 근대 문명을 도입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대로라면 일본이 아시아의 봉건 왕조들을 무너뜨리고 ‘대동아공영권’을 만든 것도 환영해야 할 것이다. 사실, 중국 정부는 서방 제국주의 열강이 식민지인들을 대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티베트인들을 대했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인들의 신앙과 문화를 억압했고, 불교 사원의 90퍼센트 이상을 파괴했다. 티베트인은 한족에 비해 일자리, 의료, 주거, 교육 등 거의 모든 중요 분야에서 차별받았다. 그래서 티베트 청년 실업률이 거의 70퍼센트에 달하며, 한족은 무료로 의료보장 혜택을 누리지만 티베트인은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다. 중국 정부는 2007년에만 무려 25만 명의 티베트인들을 강제 이주시켰고, 그 비용을 티베트인들이 부담하게 했다.

둘째, 어떤 좌파들은 이런 만행을 인정하면서도, 부시 정부나 서방 정부가 티베트 항쟁의 배후에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좌파들은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라 사실에 기초해 티베트 항쟁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지금 중국 정부조차 미국이나 서방 정부가 티베트 항쟁을 배후 조종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물론 과거 1950~1960년대 미국 CIA가 티베트 독립 운동에 개입하려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존재하던 티베트인들의 분노와 저항을 이용하려 한 것이었지 배후 조종으로 그런 대중적 분노와 저항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다. 1959년에 티베트인들이 라싸 거리를 가득 메운 것은 미국 정부의 명령이 아니라 중국 점령자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미국 정부는 티베트의 사태 전개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으므로 1960년대 말부터는 티베트에 대한 개입 시도를 중단했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은 계속 저항했고, 1969년, 1987~1989년에 대규모 항쟁이 일어났다. 항쟁으로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죽어갈 때 미국 정부는 단 한 번도 티베트인들의 독립 요구를 지지한 적이 없다.

제국주의간 갈등

셋째, 중국 국가가 미국 제국주의 반대 투쟁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으므로 티베트 저항을 지지해 중국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차베스식 주장도 옳지 않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 정부는 매우 많은 쟁점에서 미국 제국주의와 협력해 왔다. 중국 정부는 미국 다국적기업들이 마음껏 이윤을 획득할 수 있도록 자국 노동자들을 억눌러 왔다. 또, 1990~2000년대 UN 안보리에서 미국 주도의 제국주의 파병 활동을 거듭 승인했다.

물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분명히 갈등이 존재한다. 중국 정부가 이 갈등을 표현할 때 스탈린주의자들답게 종종 좌파적 수사를 사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갈등의 진정한 성격은 제국주의 내부의 갈등이다. 비슷한 예로, 20세기 초반 영국, 독일, 러시아 등 열강은 서로를 제국주의라고 비난하고 자신이야말로 아프리카‍·‍아시아‍·‍발칸반도에 민족해방을 가져올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은 겉으로는 민족해방과 자유를 외쳤지만 진정한 목적은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해 중국 제국주의를 두둔해야 한다는 것은 위험한 사고다.

달라이 라마

넷째, 운동 지도부[달라이 라마]의 정치 때문에 티베트 항쟁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도 옳지 않다. 물론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주의와 굴종적인 정치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하고 이런 비판은 티베트 민족해방 운동의 진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예컨대 이번에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인들이 ‘폭력’을 중단하지 않으면 자신이 망명 정부 수반에서 사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중국군의 무차별 폭력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티베트인들의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해로운 발언이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민족자결권을 옹호하기보다 중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서 ‘자치권’을 확대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
또, 그는 서방 정부의 구실에 너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서방 정부들은 대(對)중국 압박 카드라는 제국주의적 동기에서 티베트 문제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티베트 민족해방 운동은 서방 제국주의가 아니라 중국 노동자‍·‍농민을 동맹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들이 중국 공산당 독재 체제를 뒤흔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도부의 정치가 운동의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조건이 될 수는 없다. 지도부가 누구냐를 떠나 티베트의 승리는 중국이라는 제국주의 강대국을 약화시키고, 전 세계 피억압자들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고무하는 값진 선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비록 차베스가 티베트에 관해 유감스러운 발언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반제국주의 정치를 포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티베트 문제에 대해서 잘못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다른 좌파 활동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치적 혼란 때문에 중요한 민족해방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잘못된 입장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일부 사람들이 티베트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좌파 활동가들을 마치 반제 투사가 전혀 아닌 듯이 매도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이 글이 티베트 문제에 대한 진정한 좌파적 입장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에 관한 논쟁을 촉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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