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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4개월 3주 … 그리고 2일〉 영화평을 읽고

박조은미 동지의 지적처럼 이 영화는 낙태가 불법화된 상황에서 낙태를 하려는 여성들의 고통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영화평에서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 남자 친구와 헌신적으로 희생하는 여자 친구 오틸리아를 대비시켜 부각시킨 것에는 이견이 있다. 이런 점을 부각시키다 보니, 오틸리아가 언젠가 낙태할 위험에 처하게 될 지도 모를 같은 여성의 처지이기 때문에 낙태를 도울 수 있었다는 접근법도 드러난다.

낙태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국가가 낙태를 불법화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낙태가 불법화된 나라에서 많은 여성들이 가비타처럼 몰래, 비싼 비용을 치러가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낙태 수술을 받는다. 죄책감과 고통도 그만큼 더 크다.

그런데 낙태를 여성들만 공유할 수 있는 고통스런 경험 문제로 접근하면 낙태 합법화 지지로 나아가기보다는 남성들에 대한 적대감을 키울 수 있다. 이것은 여성과 남성의 단결을 통한 낙태 합법화 쟁취라는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최미진


지난 호에 박조은미 동지가 소개한 영화 〈4개월 3주 … 그리고 2일〉은 그의 말처럼 “낙태에 대한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낙태가 불법화돼 있는 독재정권 하에서 어린 두 여성은 감옥행을 각오하고 낙태를 ‘감행’한다.

그런데 박조은미 동지가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 가비타의 남자친구와 “처절하게 희생하며 가비타를 돕는” 오틸리아를 대비시키며 남성의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부각한 것은 아쉽다.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는 가해자라는 듯한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은 여성억압을 해결하기 위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단결을 어렵게 만든다.

물론 낙태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떠넘기는 남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여성 억압에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여성 억압에서 이득을 얻는 자들은 여성들에게 저임금을 주고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자본가들이다. 출산과 양육 등 노동력 재생산 비용이 개별 가정에 떠넘겨지는 것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억압적이다.

지배자들이 여성이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으려고 하는 것도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속셈과 맞닿아 있다.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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