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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제6차 카이로회의 취재기:
분출하는 이집트의 노동자 투쟁

“우리는 경영진을 사퇴시켰듯이 독재 정권도 타도할 수 있습니다”(마할라 노동자)

“지금 이집트에서는 민중 봉기 수준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습니다”

카이로회의 이튿날, 이집트 ‘사회주의 신문’이 주최한 ‘이집트의 계급 투쟁’ 포럼이 열렸다.

첫 번째 연사인 ‘이집트 사회주의 센터’의 하이삼 곱은 “이집트 대중 운동은 서로 연결고리를 찾으며 발전했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이라크 점령 반대 운동, 반독재 운동과 노동자 운동은 서로를 고무하며 발전해왔다.
2000년 팔레스타인 민중봉기(인티파다) 연대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돼 카이로 도심시위로 이어졌다. 그리고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나섰던 모든 단체들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 다시 집결했다. 5만 명이 타흐리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정부의 야만적 시위 탄압에도 불구하고 반전 운동은 계속됐다.

이집트인들은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이집트의 민주화 문제를 제기했다. 2004년에 반전 운동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기반으로 키파야 운동(“이제 그만”이라는 뜻의 정권 퇴진 요구 운동)이 탄생했다. 계엄령 폐지, 정당·결사·정치 활동·노조 결성의 자유 요구가 결합돼 무바라크 정권 타도 투쟁이 벌어졌다.

“2006년 벌어진 마할라 노동자들의 투쟁은 키파야 운동을 강화했다.” 마할라 노동자들의 투쟁은 키파야 운동만이 아니라 2006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투쟁의 발화점이 되고 있다.” 물 부족 항의 투쟁, 교사들의 임금 삭감 항의 투쟁,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 투쟁 등 여러 투쟁이 촉발됐다. 연쇄 시위는 “자신들의 요구를 쟁취하려면 파업을 해야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2007년에만 5백 건에 달하는 파업이 벌어졌다.

노동자 투쟁의 폭발

두 번째 연사 에삼 포우드(이집트 사회주의 센터)는 노동자들이 공세적 투쟁을 통해 임금인상을 쟁취하고 사유화 저지 투쟁에 나서면서 “정권을 한발 물러서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집트의 노동자 투쟁은 마치 1987년 남한의 노동자 대투쟁 전야를 보는 듯하다.”(김어진, 민주노동당)

최근 이집트 노동자들은 정부에 맞서 몇 가지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 먼저 그들은 불법화 됐던 파업권을 쟁취했다. 사실상 “정부의 노동법을 패배시킨 것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깨고 파업 기간의 임금도 보장받았다. 전문직과 정치인에게만 허용됐던 거리 집회의 자유를 쟁취했다.

이집트 노동자들은 사유화 저지 투쟁에서도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 섬유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1990년 이래로 중단된 섬유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받아내고 매각 시도를 저지했다. 라마단 시의 2개의 공장은 노동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에삼은 최근의 투쟁이 1940년대에 벌어진 폭발적 노동자 운동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최근의 특징은 “파업을 자신의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파업위원회를 구성하고 다른 파업 공장의 사수대를 조직하는 등 부문과 지역을 넘어 투쟁을 확산시키고 있다. 국제적 지지는 노동자들에게 큰 자신감을 주고 있다.

노동자들은 국가통제 강화에 맞서 독립 노조를 건설하고 있다. 얼마 전 정부가 노조 선거에서 국가 안보를 핑계로 노동자 후보들을 대거 제외시키자 마할라 노동자들은 어용노조 사퇴를 요구하며 파업 지도부를 독립노조 지도부로 전환시켰다.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도 파업 조직위를 구성하는 등 독립노조의 맹아가 생겨나고 있다.

이제 이집트 노동자들은 자신의 작업장을 넘어선 투쟁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선진 노동자들은 1950년 이래 동결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전·반제국주의 운동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일부 공장에서는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격으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생필품을 보내주기도 했다.

정치적 기회

포럼의 연사들과 노동자·학생들은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그들은 무바라크의 위기가 이집트 노동자 계급 투쟁에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계급 투쟁 승리를 위한 “단결”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경제 위기는 무바라크의 정치적 위기를 가속하고 있다. 정권은 일자리 증대와 경제 성장을 약속하며 공공부문을 사유화했지만 경제 위기는 오히려 심화되고 삶의 질은 하락하고 있다. 전체 국민의 현재 48퍼센트가 빈곤층이고 공공 서비스의 질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한편 중동에서의 미국의 위기는 미국 제국주의에 협력해 온 무바라크의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평화의 중재자”를 자처해 온 무바라크는 국익을 명분으로 미국 제국주의에 협력하는 것을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중동 정책은 평화가 아니라 더 큰 위험을 불러왔다. 무바라크가 미국의 앞잡이라는 것이 더욱 분명해지면서 이를 기반으로 운동이 성장했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저항이 이집트 계급 투쟁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토론에서 민주노동당을 대표해 참가한 김어진 동지는 20년 전 남한의 노동자들이 큰 승리를 거두었듯이 이집트 노동자들이 승리해 중동을 뒤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는 연대의 메시지를 전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지는 다른 포럼에서도 “이집트 노동자처럼 하자”는 발언이 쏟아졌다.

“오늘날 이집트 노동 운동은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중동의 세력 관계를 뒤바꿀 결정적 힘을 가지고 있는 이집트 노동자 투쟁의 승리를 위한 국제적인 지원과 연대가 중요하다.

한편 사유화를 추진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며, 친제국주의 정책을 펼쳐온 무바라크의 위기는 이명박 정권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카이로회의 개막 연설에서 한 연사가 말했듯이 지금 이집트에 번지고 있는 “[저항과 투쟁이라는] 전염병이 더 멀리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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