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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투쟁:
3ㆍ28 행동의 성과를 확대해야 한다

등록금 폭등에 대한 학생들의 높은 불만 때문에 올해도 단국대, 한양대, 수원 경희대, 영남대, 조선대 등에서 수천 명이 모인 학생총회가 성사됐고, 많은 대학에서 수백 명 이상이 참가한 집회가 조직됐다.

정부에 등록금 인상 규제를 요구하는 투쟁도 확대됐다. 지난 몇 년간 학생총회 성사 등의 투쟁이 있었지만, 대학 재단들은 다른 대학과의 경쟁과 담합 때문에 쉽게 양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등록금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정서가 높아졌다.

이는 3월 28일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와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가 주최한 범국민행진의 성공으로 표현됐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등록금 집회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인 8천여 명이 참가했고 학생들의 활력과 투지도 대단했다.

거리의 시민들 사이에서 학생들에 대한 지지도 매우 높았다.

이명박 정부는 집회 참가자 수보다 더 많은 경찰 병력을 배치해 학생들을 위축시키려 했지만, 도리어 경찰력 증강에 대한 비판 여론만 키우게 됐다.

무엇보다 3월 28일 행동은 등록금 문제를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주류 언론들이 앞 다퉈 등록금 문제를 다뤘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가 생색내기나마 대책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또한 등록금넷의 5대 요구안 수용을 약속해야 했다.

등록금넷과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는 이런 성과를 발판 삼아 실질적인 등록금 상한제를 성취하기 위한 대중 행동을 지속·확대해야 한다.

생색내기

등록금 폭등에 대한 사회적 불만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과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 등록금 후불제·상한제를 받아들일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은 등록금 후불제 도입을 언급하며 “학교에서 협조해 주면 등록금이 좀 올라도 아이들이 안심하지 않겠냐”며 등록금 인상을 부추겼다.

민주당은 고작 등록금 인상률을 물가 인상률 수준으로 제한하자는 것일 뿐이다.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안은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더구나 이들은 총선만 지나면 이조차도 하지 않고 다시금 88만 원 세대의 분노를 외면할 것이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18대 국회에서 한 학기 등록금 1백50만 원 상한제를 입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상한제는 등록금을 실질적으로 절반 이하로 낮추는 방안이므로, 학생과 서민 가정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등록금넷에 속한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등 주요 단체들은 등록금 상한제·후불제 입법화를 위해 기성 정당과의 협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3월 28일 집회에서 민주당에 연설 기회를 주려 하거나, 이것이 민주당의 불참으로 무산되자 별도의 서약식을 가지려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서약식조차 손학규의 불참으로 무산돼, 등록금넷 혼자 김칫국 마신 격이 됐다.

더구나 기성 정당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편의 요구를 낮춰야 입법화가 가능하다는 분위기도 있다. 그래서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일 년 등록금 6백50만 원 상한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것은 현재 사립대 일 년 평균 등록금 액수인 6백89만 원을 거의 낮추지 못하는 실효성 없는 상한제다.

따라서 등록금넷은 등록금 경감 대책 없이 생색만 내는 기성 정당들과의 협력에 미련을 두지 말고, 민주노동당의 상한제를 지지하면서 이를 성취하기 위한 대중 행동 확대에 치중해야 한다.

디딤돌

개별 대학의 등록금 투쟁도 활발히 벌어지면서 많은 대학에서 학생총회가 성사됐지만, 후속 행동들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여러 대학에서 수천 명이 모인 학생총회가 후속 행동 없이 해산하곤 했다. 올해도 한양대 등에서는 학생총회가 후속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해산됐다. 총회 직후 후속 행동 계획을 결정하거나 실행에 옮긴 곳은 거의 없다.

많은 대학에서 학생총회가 성사되는 것은 등록금 문제에 대한 불만이 높고, 행동에 동참할 학생들이 꽤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주요 학생운동 세력인 자민통 경향의 총학생회들은 대체로 학생총회를 투쟁의 디딤돌로 여기기보다 투쟁을 마무리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해 왔다.(그럼에도 전국학생행진처럼 등록금 투쟁을 폄하하며 대중 행동 건설을 부차화하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 선전만 강조하는 모습보다는 낫다.)

그러나 대학 재단들의 경쟁과 담합 때문에 학생총회 수준의 행동으로 대학 재단의 양보를 얻어내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총장실 등 상징적 장소가 아니라) 학사 행정실 점거를 통해 대학 행정을 마비시키고 대학 재단을 강력히 압박해야 한다.

한국의 학생운동에 이런 경험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2000년 등록금 투쟁 때도 경희대에서 시작된 점거농성이 여러 대학으로 확산된 바 있다. 재작년에 프랑스 학생들도 전투적인 행동들 ─ 거리시위, 동맹휴업, 점거농성 ─ 을 통해 CPE(최초고용계약법)을 저지했다.

얼마 전 한양대 총학생회는 학생총회 이후 학생들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점거농성에 대한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이런 행동은 더 많은 학생들의 동참 속에 실질적으로 대학 행정을 마비시키는 점거로 확대돼야 한다.

이러한 사례가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고, 이를 통해 대학 재단에 맞선 투쟁이 지속·확대된다면, 등록금 인상 규제를 위한 대정부 사회적 투쟁의 디딤돌 구실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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