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한족 중국인 학생들과의 티베트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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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고려대 마르크스주의 포럼 ‘중국의 티베트 학살 - 티베트인들은 왜 저항하는가’의 연사로 나섰던 나는 한족 중국인 학생들과 논쟁에 부딪쳤다. 한족 중국인 학생들은 이 포럼에 16명이나 참가했다.
한 중국인은 서방 정부들이 이번 사건을 부풀리고 ‘조작’해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주요 서방 정부들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티베트인들의 저항을 이용하고 있다. 사실 티베트인들은 1950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침략에 직면해 미국·영국 등에 대표단을 파견했을 때 실질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의 이번 저항뿐 아니라 1956년 무장게릴라전, 1959년과 1989년의 대규모 항쟁 등으로 이어진 수많은 저항들을 서방 정부의 ‘조작’으로 치부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접근법이다.
이러한 관점은 티베트인들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애써 보지 않는 것이며, 목숨을 걸고 투쟁에 나선 티베트인들의 용기와 자기해방 능력을 폄훼하는 것이다.
실제로 또 다른 중국인은 지금 시위를 벌이고 있는 티베트인들은 매우 소수이고, 대다수 티베트인들은 시위를 선동하는 이들을 매우 싫어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입학 조건에서는 티베트인들이 한족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티베트에서 인구의 3.3퍼센트밖에 안 되는 한족 중국인들이 일자리와 경제적 이권들을 독점하고 있다는 더 심각한 사실을 간과하는 일면적 견해다.
나는 마무리 발언에서 한족 중국인 발언자의 서방 정부 비판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티베트인들뿐 아니라 한족 중국인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옛 로마 황제가 지배자들을 위해 남긴 ‘명언’인 “분열하여 지배하라”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족 노동자·민중이 중국 정부의 거짓말에 속지 말고 티베트인들의 독립과 투쟁을 지지할 때 중국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티베트인들과 평범한 한족 중국인들의 단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뒤풀이에 참가한 어떤 한족 중국인 학생과 토론에서 어느 정도 정치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