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장사꾼들의 돈벌이를 위한 ‘자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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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초중고교를 무한경쟁 체제로 재편해 ‘입시학원’화하는 ‘학교자율화 3단계’ 추진 계획이 지난 4월 15일에 발표됐다.
우선 1단계 조처로 우열반, 0교시, 방과후수업, 심야보충, 촌지, 비리 등 29개 규제가 사라졌다. 이것은 한국 초중등교육을 ‘공교육’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였다.
물론 많은 학교들이 이런 최소한의 규제조차 어겨 왔다. 지난달 전교조 서울본부 조사 결과 서울의 48개 사립고 중 27곳이 ‘0교시’ 수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한 곳을 제외한 모든 학교가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었다. 더구나 절반 이상이 야간자율학습조차 우열반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었다. ‘학교자율화’는 이 느슨한 고삐마저 잘라 버리는 것이다.
‘학교자율화’ 발표 3일 만에 메가스터디 주식이 12퍼센트 오른 것만 보더라도 이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일찌감치 ‘방과후학교’ 사업 진출을 준비해 온 웅진싱크빅, 에듀박스, 대교 같은 기업들도 주가가 폭등했다. 이런 교육 장사꾼들과 대형학원들이 이명박이 던져놓은 떡고물을 서로 차지하려고 달려드는데, ‘자율성’과 막강한 권한이 교장을 비롯한 소수 임원들에게 집중돼 있으면 폭리와 뇌물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개명박
이미 한국은 OECD 국가 중 사교육비 지출 1위에 학생들 공부시간 1위(주당 평균 50시간)인데도 이명박은 우리를 더 쥐어짜려 한다.
이제는 초등학생들도 좋은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피말리는 경쟁을 해야 한다. 몇 년 전 자살한 한 초등학생은 “아빠는 이틀 동안 20시간 일하고 28시간 쉬는데 난 28시간 공부하고 20시간을 쉰다. …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겼다. ‘학교자율화’가 발표되던 날, 서울의 한 특목고 여학생이 14층 창밖으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학교의 모의고사 성적 등수 공개 등이 큰 압박이 된 것이다.
서울지역 고등학생 1천3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83.4퍼센트가 ‘학교자율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명박’이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될 만큼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거센 반대 여론에 밀려 전국 시·도 부교육감들이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은 자제하자는 합의를 했지만, ‘자율성’을 가진 학교들이 얼마나 ‘자제’할지 의문이다. 더구나 학내 사설학원 침투, 촌지·뇌물 관련 규제 삭제 등 합의하지 않은 27개의 시한폭탄은 여전히 살아있다.
‘학교자율화’는 교사들도 겨냥하고 있다. 6~7월에 실시될 ‘학교자율화’ 2·3단계는 교원 인사권을 시·도교육청과 학교로 넘겨 신규 교사 충원을 어렵게 하고 비정규직·기간제 교사 확대를 낳을 것이다.
이명박·교육부·사설학원에 맞서 학생·교사·학부모가 단결해 저항해야 한다. 잠재력과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돈이 없어도 교육받을 수 있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교육을 위해 싸우자.
“우리는 공부 기계가 아니다”
한국에서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은 죄도 없이 꿀 같은 잠을 줄여야 하고 아침도 못 먹는 벌을 받아야한다. 새벽에 눈 떠 창살 없는 감옥으로 가면 등수에 따라 달리 들어가는 교실문. 매일 똑같기 만한 이런 ‘순응하는 삶’에서 이탈하면 체벌과 멸시가 주어진다.
이런 세상에 청소년들이 강펀치를 날렸다. 중간고사가 한창인 4월 19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인 청소년 2백여 명은 ‘학교자율화’를 거침없이 비판했다.
동일여고의 한 학생은, “우린 10시까지 야자한다. 고3 언니들은 0교시도 이미 하고 있다. 심화공부 한다고 수업료도 더 내야 하고 문제집 사는 데도 10만 원이 넘게 든다”고 성토했다.
한 학생은 “얼마 전 급식 때 배식을 공부 잘하는 순으로 줬다. 이젠 공부 못하면 밥도 제대로 못 먹게 됐다”고 성적 만능의 학교를 비판했다.
서울 모 고등학교 2학년 한 학생은 “이명박이 당선한 뒤에 모든 게 다 변하고 있다. 우리가 이걸 멈추고 바꿔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사와 학부모, 홍세화 씨의 지지발언이 이어졌고, 길거리 청중들도 지지를 보냈다. 한 시민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빵을 사다 나눠줬다.
청소년들의 팻말에는 “0교시가 웬말이냐, 다크써클 쩐다쩔어!”, “학교자율화 = 학교지옥화” 등 학교자율화 조처를 비판하는 기발한 구호들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