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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재앙 추진을 합의한 두 악당

정상회담 직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데니스 와일더는 부시와 이명박이 “‘신실한 기독교에 대한 믿음’, ‘인권에 대한 깊은 사려’,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신봉’ 등 공통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둘 모두 ‘인권과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협력해서 이라크를 점령중인 전쟁광이며, 이라크 민중을 죽여서라도 석유를 얻고자 할 정도로 ‘사려가 깊다’. 서민들의 삶을 파탄 낼 각종 신자유주의 정책을 신봉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두 악당의 만남은 예상대로 온갖 오물과 재앙을 낳았다. 이명박은 광우병 의심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에 합의했고, FTA 비준을 밀어붙이겠다고 다짐했다. FMS(미국의 전략무기 판매 기준) 지위 승격으로 고가의 미국 무기를 더 많이 더 쉽게 사게 된 ‘성과’도 있다. 전 세계적 증오와 멸시의 대상인 조지 부시가 7월에 한국으로 답방하게 된 것도 ‘성과’라고 한다.

이명박은 호들갑스럽게 ‘전략동맹’ 운운하지만 한미동맹이 미영동맹이나 미일동맹 수준으로 ‘격상’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조갑제 같은 우익은 “미영 수준의 동맹관계를 원한다면 한국군 1개 사단을 이라크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레발이다.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와 MD(미사일방어체제) 참가 문제는 이번 회담의 ‘공식’ 의제에 반영되지 않았다. 캠프데이비드 숙박료로 치러야 할 대금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명박이 추진할 전략동맹의 방향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이명박은 한미동맹을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킨다면서 동맹의 핵심 내용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와 “범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군사동맹을 들었다.

이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대테러 전쟁을 합리화하며 제시한 동맹 원칙이기도 하다. 또, 2003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무현이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의 이름으로 합의한 원칙이기도 하다. 노무현도 이에 따라 한미동맹을 지구적 차원의 침략 동맹으로 전환하고 신자유주의 질서 구축에 앞장섰다.

결국 노무현이 닦아 놓은 신자유주의·전쟁 동맹의 고속도로에서 이명박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명박은 노무현이 차마 하지 못했던 것들(예를 들어 PSI와 MD참가 등)까지 염두에 두기 때문에 그의 ‘미래 한미동맹’은 더 재앙적인 것이다.

전쟁 동맹 강화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지난 4월 2일 루마니아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결과를 보면 ‘미래 한미동맹’의 한 측면이 보인다. 부시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참전을 독려하면서 냉전 시절의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대항하던 구실을 넘어 나토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원정 동맹” 구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의 ‘미래 한미동맹’은 한국이 미국의 침략 전쟁에 동참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자이툰 파병을 또 연장하려 할 것이고, 국회 동의도 없이 멋대로 파병할 수 있는 상시파병부대 창설이 가속화할 것이다.

회담의 의제가 아니었다고 우긴지가 언제라고 이명박은 귀국하자마자 아프가니스탄에 경찰 훈련 요원을 파견하기로 했다. 경찰 요원 파견은 곧 재파병으로 이어질 듯하다.

〈로이터〉의 보도를 보면 이명박이 경찰 파견 방침을 밝힌 바로 그날, 아프가니스탄에서 다국적군 사망자 수가 8백 명을 돌파했고 인도인들이 탈레반에게 피랍됐다. 한국이 훈련시킬 아프가니스탄 경찰은 아프가니스탄 민중의 증오 대상이다. 같은 날 아프가니스탄 경찰 2명도 저항 세력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명박은 지난해 선교사들의 피랍·피살과 고 윤장호 하사의 비극을 되풀이 하려는가.

MD와 PSI

‘전략동맹’ 추진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패권 전략에 편입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회담에서 이명박은 중국의 반발 등 때문에 MD와 PSI 참가를 공식화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했던 듯하다. 이명박의 ‘전략동맹’이 추상적 가치를 나열하는 수준에서 제안된 것도 이의 반영인 듯하다. 부시도 “이 대통령이 힘들어하거나 어려운 입장은 얘기하지 말자”고 이명박을 배려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MD 참가 등을 단념한 것은 아니다. 부시는 캠프데이비드 기자회견에서 “중국 문제가 한미 양국이 건설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이고 21세기 동맹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며 미국이 원하는 ‘전략동맹’의 수준에 대해 암시했다.

이 문제는 5~6월에 있을 국방장관급 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4월 21일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숙은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MD와 PSI에 참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고 말했다.

게다가 이명박이 일본을 방문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나 납치 문제에서 일본을 지지하겠다고 한 것은 중국에 대항하는 한미일 3각 동맹 강화 조짐을 보여 준다. 중장기적으로 끔찍하고 위험천만한 재앙을 낳을 수 있는 제국주의 군사 갈등 속으로 이명박 불도저는 달려가고 있다.

주한미군과 전략적 유연성

이명박은 주한미군 추가 감축을 동결한 것을 최대의 ‘성과’로 부각했다. 한반도 긴장의 근원 중 하나인 제국주의 군대를 붙잡아 둔 것이 ‘성과’라니 황당할 뿐이다.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분담제도 개선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 유지를 위해 한국이 지불해야 할 분담금도 현행 42퍼센트에서 50퍼센트 정도로 오를 것이다. 게다가 방위 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 비용으로 전용하는 것을 가능케 해 줄 수 있는데, 이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추진에 땅뿐만 아니라 돈도 대 주는 꼴이다.

결국 이번 한미 정상회담으로 강화될 신자유주의·전쟁 동맹이라는 양날의 칼은 한미 양국의 평범한 사람들을 대테러 전쟁의 야만으로 몰아넣을 것이고,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급격히 높일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민중의 건강과 삶은 더욱 파괴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이 이번에 만나고 온 부시와 후쿠다는 둘 다 20~30퍼센트의 지지율을 간신히 유지하는 정치적 식물인간들이다. 임기를 반년 남겨 놓고 지지율 최저 신기록을 갱신중인 부시가 의회에 한미FTA 비준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민주당 주도의 미국 의회는 쇠고기뿐 아니라 자동차 분야에서도 한국이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자신도 ‘집권하자마자 레임덕’ 소리가 나오는 처지다. 여당의 분열은 잠잠해질 기미가 안 보인다. 친박과 친이가 이전투구를 벌이더니 친이의 내분까지 겹쳤다.

통합민주당 등도 쇠고기 협상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물론 이는 완전한 위선이다. 한미 신자유주의·전쟁 동맹을 적극 추진해 왔고 아프가니스탄·이라크 파병을 시작한 게 그들이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하고 광우병 쇠고기의 빗장을 열려던 게 엊그제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광우병 쇠고기와 한미FTA 등을 놓고 “야당 공동전선”을 제안한 것은 공허한 일로 보인다. 지금은 의회 내의 믿지 못할 자들과 동맹할 때가 아니라 반제국주의·반신자유주의 대중운동 건설에 모든 힘을 쏟을 때다.

〈조선일보〉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반미 세력에게 플래카드에 써넣을 구호 문구를 적어주는 꼴[이 되고] … 반미 세력 재활성화의 빌미를 주게 될 지도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전 세계 민중의 ‘공공의 적’ 조지 부시가 7월에 한국에 온다. 이명박과 부시는 이번에 미처 못 다한 끔찍한 합의들을 7월에 다시 할 것이다. 전쟁과 신자유주의, 환경 파괴 등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결집해 7월 부시 방한에 맞선 광범한 공동전선과 강력한 투쟁을 지금부터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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