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4월 19일 이랜드 투쟁 3백 일 문화제 때 한 이랜드 노동자가 낭독한 글을 축약한 것이다.
지난 여름 이 땅의 노동자로 당당하게 살고자 정당함을 부르짖고 인간답게 살아 보자며 우리의 목소리를 외쳤습니다.
그런 저희들 곁엔 늘 우리 투쟁을 지지하는 많은 동지들이 함께하셨기에 더욱더 당당하게 결의에 찬 모습으로 투쟁, 투쟁을 외칠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3백 일이란 기나긴 투쟁으로 인해 저희는 많이 지쳐가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어느날 ‘드뎌 전기가 끊어졌다’는 큰아이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저는 답문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투쟁 일정과 회의를 마치고 현관에 들어섰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촛불 하나 켜 놓고 공부를 하고 있는 큰아이의 뒷모습을 보고도 전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 밤새 베갯잇을 적시며 고민했습니다. 진정 나와 우리 가족이 처해 있는 현실에서 지금의 선택이 옳은 것인가.
또한 며칠 전 작은아이가 보낸 문자에는 ‘급식비 못 내서 점심 못 먹으면 운동장 수돗가에서 물이나 먹지 뭐’ 하며 제 가슴을 긁어내리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런 문자를 보내려 맘먹고 한 자 한 자 찍어 내려가는 그 아이의 고통스러웠을 순간을 생각하니 지금도 가슴이 무너집니다.
그러나 그 많은 고통을 딛고 오늘 이 자리에 있게 한 힘은 ‘엄마, 전기 끊긴 열흘 동안 오히려 집중도 더 잘 됐고, 책도 10여 권이나 읽었어요’ 하고 말해 주는 큰아이의 한마디와 ‘급식비 못 내서 굶는 아이들이 많다는 말 안 믿었었는데 진짜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돼서 잔반 없이 먹어야겠다’는 작은 아이의 일기장에 적힌 두 줄.
또한, 오늘도 투쟁 현장에 가면 볼 수 있는 우리 조합원 동지들, 저 못지않게 힘겨운 현실 속에서 그 모든 고통을 극복해 나가며 서로 어깨 걸고 보듬어 안고 힘찬 팔뚝질과 투쟁을 외치는 밝고 당당한 모습들이 이 자리까지 저를 이끌고 와 준 힘이라 믿습니다.
그보다 더 큰 힘은 우리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이라면 언제든지 달려와 주시는 동지들입니다. 동지들의 사랑과 관심이 오늘 이 자리에서 동지들께 감사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줬습니다.
모든 동지들의 사랑으로 저희 투쟁 승리하는 그 날까지 흔들림 없이 투쟁할 것이며 반드시 승리해서 현장에서 당당하게 일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