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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독자편지:
<맞불> 84호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포ㆍ혐오 조장 중단하라’를 읽고

24살 여대생입니다. 직접 불법체류자의 위협을 느낀 여대생으로서 이런 글에 정말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불법체류자들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유입시키는 것은 경제나 실용주의적 입장을 생각하는 쪽에서 원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불법체류자들의 범죄율이 낮은 것은 강간과 같은 범죄가 많아 신고율이 낮기 때문이고 범죄를 저질러도 지문이 없고 신분이 불확실해 범인 검거율이 높지 않으니 불법체류자가 저지른 범죄인지 모르거나, 불법체류자가 저지른 범죄로 등록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불법체류자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한국 사람들이 저지르는 범죄에 비해 강력범죄가 더 많습니다.

저도 대학생이니만큼 좌파적인 성향도 있고 개방적입니다. 국수주의적이나 인종차별적 시각에서 이런 글을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불법체류자 문제는 정말 장난이 아닐 정도로 심각해요.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이 상태로 가다가는 불법체류자 범죄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이지요. 이미 20여 년 전에 우리와 같은 행보를 밟았던 프랑스의 지금 상황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글을 보면 불법체류자가 미등록이란 이유만으로 단속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말씀하셨는데 단속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불법체류하면 추방되는 것이 당연하듯이 한국의 불법체류자도 추방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불법체류자를 구속하거나 추방하는 것은 인권을 유린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죄를 지었으면 우리나라 국민들처럼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고, 옳지 않은 방법으로 우리나라에 계속 살게 할 수는 없습니다.

불체자들의 인권만 생각해주시지 말고 우리들의 인권도 생각해주세요.

이 기사를 제외한 다른 기사에 대해서는 맞불의 생각에 대체로 동의합니다.

〈맞불〉 84호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포·혐오 조장 중단하라’ 기사 보기

정부의 이주노동자 마녀사냥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조명훈 기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낮은 범죄율에 관한 김남희 씨의 주장은 지난 〈맞불〉 85호 기사에 인용된 과학적 근거들(‘외국인 체류자 10만 명당 범죄자율의 국적별 비교’, ‘한국인 범죄자율과 비교한 외국인 체류자의 범죄자율’)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의도에서 비롯한 듯한데, 구체적 근거도 없이 편견만 나열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김남희 씨는 개인적 경험을 강조하는데, 개인적 경험을 과도하게 일반화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예컨대 내가 어느 여성에게 맞았다는 경험을 일반화해 ‘모든 여성이 폭력적’이라는 결론을 끌어낼 수는 없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대다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김남희 씨가 말하는 ‘불법체류자’)은 정부의 야만적 단속·추방 정책 때문에 일상적인 불안과 공포에 시달립니다. 이런 사람들이 ‘미등록’이란 신분을 이용해 강간 등 강력범죄를 일삼는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또 김남희 씨는 “불법체류자는 미등록이란 이유만으로 … 단속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게 맞[다]”고도 했습니다. 굳이 비정규 이주(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이주)를 범죄화해서는 안 된다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의 권고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구체적 현실이 김남희 씨의 주장에 가장 훌륭한 반박이 될 듯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입국하려면 브로커에게 거액의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막상 한국 입국에 성공하더라도 철저히 친기업적인 고용허가제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는 심각하게 제약됩니다. 노동3권은 물론이고 직장 이동의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이주노동자들은 폭행, 강간, 임금체불 등 기업주들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차별과 멸시 속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들을 하며 브로커에게 지불했던 돈을 겨우 벌 때쯤이면 이주노동자들은 이들을 ‘쓰다 버리는 건전지’ 취급하는 정부와 기업주들에 의해 강제로 출국돼야 합니다. 이것을 거부하고 한국에서 하루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일하는 사람들이 김남희 씨가 말하는 ‘불법체류자’들입니다. 요컨대, 정부의 고용허가제야말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대량으로 양산해 내는 ‘주범’인 것입니다.

게다가 정부의 ‘인간 사냥’식 단속·추방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엄청나게 위협합니다. 무리한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심지어 죽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인권 유린’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인권 유린’일까요?

이런 문제들을 은폐하고, 실업과 경제위기 등 정부의 잘못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을 따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마녀사냥하고 폭력 단속과 강제추방의 인간사냥을 하는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편견을 부추겨 마녀사냥하는 단골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이주노동자가 범죄를 저지른다’는 거짓말입니다. 김남희 씨가 이런 정부의 마녀사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다.

이주노동자들의 권리가 확대되는 것은 한국인들의 인권을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게 더 많은 권리가 보장될 때, 인권과 민주주의의 척도는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