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투쟁에 밀려 유통업을 포기한 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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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이랜드그룹은 홈에버를 경쟁 업체인 홈플러스(삼성테스코)로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이랜드그룹은 2006년 1조 7천억 원짜리 까르푸를 자기자본 2천8백억 원과 무리한 LBO 방식(매입대상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기법)의 인수로 재정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2년 만에 무너졌다. 홈에버 매각은 무리한 차입 경영,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의 끈질긴 파업 투쟁과 연대, 전국적으로 전개된 불매운동 등이 낳은 결과다.
이랜드그룹 회장 박성수는 지난 1년 동안 홈에버 매각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대출상환이 시작되는 6월을 앞두고는 영국계 사모펀드(투기성 자본)까지 끌어들였고, 5월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급한 불을 끄고자 했다.
그러나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의 홍콩 원정 투쟁은 이랜드그룹의 홍콩 증시 상장도 무산시켰다. ‘홍콩 원정 투쟁단’은 사슬로 자신들을 묶고 단식을 하며 일주일 동안 홍콩증권거래소 앞에서 농성을 했다. 홍콩노총과 노동단체들의 강력한 연대가 큰 힘이 됐다.
이랜드그룹 회장 박성수를 괴롭힌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지난 5월 5일에는 이랜드 베트남 공장에서 노동자 1천여 명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베트남에서도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 휴일근무수당 미지급 등 부도덕한 짓을 일삼아 온 이랜드그룹은 베트남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에 부딪혀 임금 인상을 양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홈플러스 사장 이승한은 ‘홈에버 전 직원 고용승계, 법적 원칙 하에 정규직 전환, 노조 인정’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요구하고 있는 ‘18개월 미만 해고자 27명과 파업 징계해고자 24명의 복직’, 고소고발·손해배상·벌금취하 등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의 주요 경영진은 무노조 ‘원칙’을 고수해 온 삼성물산 출신이다.
그래서 이랜드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은 “매각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단, 노조를 인정하고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지 이랜드가 했던 방식으로 홈플러스가 우리를 대한다면 홈에버가 겪었던 일을 홈플러스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랜드 노동자들은 ‘1백 퍼센트 고용승계’도 이랜드그룹이 까르푸 인수 때 했던 말이라며 “인수 후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미친 소’ 전면 개방을 계기로 시작된 반(反)이명박 시위가 확산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거대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이 이들과 함께 하면서 연대를 호소한다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