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단체에 소속되거나 활동을 하지는 않는 시민입니다. 〈맞불〉 90호의 ‘촛불시위의 잠재력과 과제’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자생성과 의식성에 관한 대목을 읽다가 생각난 제 경험이 있어 독자편지를 씁니다.
저는 촛불 집회에 때로는 혼자, 때로는 유치원생 아들과 함께 참가했습니다. 지금이야 거리시위에 자연스레 동참하지만 5월 중하순까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를 따져보면 이런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집회에 가면 부모들은 아이의 안전 때문에 보통 소극적인 선택을 합니다. 특정한 소속단체 없이 홀로 참가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뻘쭘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뚜렷한 인솔자 없이 어수선하게 진행되다가 흩어지곤 하던 시위 초반, 저는 시위에 조금 참가하다가 말곤 했습니다. 특히 아이와 함께 참가할 때는 더욱 일찍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행진이 충분히 안전한지 — 즉, 대열을 누군가 책임지고 인솔하는지, 그리고 대열의 규모가 충분히 큰지 등을 따져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은 저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 참가한 꽤 많은 참가자들이 보여 주었습니다.
자신감
5월 말, 거리시위와 관련해 시민들의 자발성을 다함께가 해친다는 비난이 일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비난이 있은 후 역설적이게도 저 같은 소극적인 참가자들은 좀더 자연스럽게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행진을 인솔하고 책임진다는 점은 적극적인 소수에게는 방해가 될지 모르지만 소극적인 다수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좀더 자연스레 참가하게 됐고 행진 규모가 불어났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커진 규모는 소극적인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적극적으로 변하게 했습니다.
분노나 반감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지만 자신감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감을 형성하고 계속 유지하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함께의 노력은 소중했고, 앞으로도 소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호외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건승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