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 91호의 ‘체제의 폭력에 맞서는 효과적 방법’은 매우 인상 깊은 기사였다.
24일 첫 거리행진 때는 ‘청와대로 진격’할 것을 주장하던 이들이 10일 1백만 촛불대행진에서는 ‘비폭력’을 외치기 시작했다. 겉으로만 보면 경찰 폭력과 우파들의 공격에 주춤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스크럼을 짜고 시위대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는 예비군들, 경찰 차량을 끌어내는 사람들, 이들에게 환호하는 시민들 ─ ‘절대적 비폭력주의’는 이와 같은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 맞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무기 중 ‘물리적 폭력’이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함을 시위대는 경험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폭력’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시위에 참가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했다. ‘비폭력’ 구호는 우리의 전투력을 감소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시키고 있다.
다만 우려할 점은 ‘비폭력’ 구호로 인해 ‘의회주의’적 대안이나 ‘온건 노선’으로 운동의 일부가 돌아서는 것이다. 이명박 하수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는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 ‘비폭력’을 외치는 것은 ‘물리적 폭력’이 우리에게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지 ‘적당히 하자’는 ‘온건노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