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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외국 인력 제도 보완 대책’의 허구성

정부의 ‘외국 인력 제도 보완 대책’의 허구성

정진우 - 외국인 노동자 인권문화센터 실장

2002년은 이주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혼란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겨 주었다. 외국 인력 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발표한 정부의 대책들 속에서 이주 노동자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또, 미래를 모색해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 동안 한국 정부는 임금 체불, 산업재해, 폭행, 강제 추방 등 이주 노동자가 한국에서 겪은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무시한 채 편법적인 방안만 제시해 왔다. 특히, 2002년에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외국 인력 개선 방안은 한국 정부가 얼마나 외국 인력 대책에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지난 7월 18일 정부가 발표한 ‘외국 인력 제도 개선 방안’ 이후 최근 발표한 “외국 인력 제도 보완 대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올해 이주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은 현실과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눠 보고자 한다.

대책 없는 정부의 외국 인력 정책

2002년 3월 25일부터 정부가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에게 자진 신고를 받기 시작하자 이주 노동자들은 2003년까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다. 비록, 사업주의 보장―자진 신고가 미진하자 그 뒤 사업주의 보장 없이도 자진 신고를 할 수 있게 됐지만―이 필요하고 체류 자격에 한계가 있었지만, ‘불법체류자’라는 굴레가 주는 힘겨움을 온 몸으로 알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합법적인 체류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커다란 유혹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98.2퍼센트인 25만 5천9백78명이 신고했다.

2003년 3월까지 정부가 합법적인 체류를 보장하자 많은 이주 노동자들은 전과 다르게 활기가 넘친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 그 동안 ‘불법체류자’로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지 못한 이주 노동자들이 상담소를 찾아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7월 18일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외국 인력 개선 대책’(이하 7·18 대책)은 이주 노동자들이 가진 일말의 기대를 짓밟았다. 정부의 기만적인 외국 인력 대책 발표와 집중 단속, 강제 추방은 이주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외국 인력 개선 대책’을 발표하자 이주 노동자 상담소와 사회 단체들은 공대위를 구성해 기만적인 정부 정책의 철회, 연수제도 철폐, 강제추방 반대를 위한 농성을 전개했다. 언론도 정부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없는지를 비판했다.

정부의 기만적인 외국 인력 대책에 맞서 상담소마다 현장에서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정부 정책의 문제점과 강제 추방의 부당성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현장에서 만난 이주 노동자들은 더 이상 정부 정책을 믿을 수 없다며 적극적인 주장과 투쟁이 필요하다고 먼저 얘기했다. 이런 이주 노동자들의 분노와 배신감은 이후 대규모 집회로 이어졌다. 이주 노동 운동 역사상 최대 인원이 모인 9월의 종묘 집회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의 투쟁 발언이 계속 진행됐다. 이전과 달리 강한 어조로 정부 정책의 부당성과 강제 추방 반대를 분명히했다.

또다시 대책 없는 ‘외국 인력 제도 보완 대책’

산업연수제도 확대와 불법체류자 전원 추방이 핵심인 7·18 대책은 여러 모로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정부는 11월 ‘외국 인력 제도 보완 대책’(이하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보완 대책을 발표한 배경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난 7·18 발표한 외국 인력 제도 개선 대책 중 일부 내용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 내년 3월말까지 불법체류자 전원 강제출국도 현실적으로 어려움 … 일시에 많은 외국 인력을 출국시킬 경우 산업 현장의 인력 수급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 … 중기협 등 연수생 관리기관이 산업연수생으로부터 징수하는 계약이행보증금의 관리·운영과 관련하여 귀속금 사용내역이 불투명하여 관련단체 등으로부터 많은 비판이 제기되는 등 문제점 발생”

이것은 정부 스스로 몇 개월만에 자신들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실효성이 없는 강제 추방 정책과 연수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보완 대책의 검토 배경이지만 실질 내용은 하나도 보완된 것이 없는 임시방편이다.

보완 대책에서 말한 강제 추방 대상은 체류 기간 3년 미만자로 최대 1년의 재유예 기간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또, 3년 이상 체류한 불법체류자는 대규모 단속을 통해 전원 추방한다고 한다. 현실적인 비판에 직면한 정부가 선택한 보완 대책이 이처럼 1년 더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단순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국 재유예라는 방침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 강제 추방에 따른 갑작스런 인력 공백을 우려해서다. 또, 출국 재유예를 통해 산업연수생 도입을 더 원활히 하려는 의도가 저변에 깔려 있다.

정부는 보완대책에서 일시 출국에 따른 인력 부족을 해결하려고 2003년 1월까지 외국인 산업연수생 2만 명을 조기 도입하고, 2003년 3월말까지 추가로 2만 명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또, 농·축산업과 건설업 분야에서도 각각 5천 명의 연수생을 2003년 초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서비스업에서는 재외동포 2만 5천 명을 도입하고, 불법체류자 출국 상황에 따라 추가로 2만 5천 명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정부의 보완 대책은 검토 배경에서 다룬 산업연수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고, 오히려 스스로 문제라고 자인한 연수제도를 확대·강화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현재 그리고 암울한 미래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내놓은 외국 인력 정책도 현재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다만 민주노동당만이 ‘노동허가제’ 도입이라는 외국 인력 제도 개선의 정확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어 위안을 삼고 있다.

외국 인력 정책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노동력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실이 지속된다면 결국 이주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힘겨움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근본 해결 방안으로 강력하게 주장해 온 연수제도 철폐, 노동허가제 도입, 미등록 이주 노동자 사면을 애써 외면하면서 진행하는 정부 정책은 결국 파행적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주 노동자 정책이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볼 때 암울할 뿐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강제 추방과 기만적인 정부 정책에 대한 분노는 하루가 다르게 커져만 가고 있다. 다시금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의 변화를 보고 있다.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한국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이주 노동자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점에서 작은 위안을 삼는다. 그 작은 위안이 커다란 힘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암울한 미래를 헤쳐 나갈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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