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우경화할 것인가?

에릭 루더 - 미국 좌파 저널리스트

지난 10월 말 이스라엘 노동당이 총리 아리엘 샤론이 이끄는 연정에서 탈퇴해 샤론은 내년 1월에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2003년 예산안을 둘러싼 논쟁 끝에 노동당과 샤론의 우파 리쿠드당으로 이뤄진 “국민 통합” 정부가 무너졌다. 그 예산안은 점령지의 유대인 정착민들에게 1억 4천7백만 달러(약 1천7백70억 원)를 배정한 것이었다. 5백70억 달러(약 68조 6천2백80억 원)의 예산안에는 18억 달러(약 2조 1천6백72억 원)를 삭감해 급속하게 늘어나는 이스라엘 빈민들을 전에 팔레스타인인들이 하던 저임금 직종에 투입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노동당이 연정에서 뛰쳐나간 것은 빈민과 노동 계급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동당은 리쿠드당 지지표를 빼앗아 오기 위해 안달하고 있다. 여론 조사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리쿠드당 의석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날 수도 있다.

노동당은 신중하게 계산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노동당은 이스라엘인들이 “아랍인들의 일”―이스라엘에서 비숙련직이라고 부르는―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인종 차별적 분노에 호소하면서도,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정착민들을 “너무 극단적”이라고 여기게 됐다며 정착민들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이 이스라엘의 거액의 군비 지출―지난 열 달 동안에만 85억 달러(약 10조 2천3백40억 원)였다―에 도전할 것이라고 너무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런 군비 지출은 요르단강 서안 지방과 가자지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비록 일부 이스라엘인들이 정착민들을 비판하고 있음에도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 추방하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샤론은 이달 말 리쿠드당 당수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네타냐후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그 뒤 샤론이 네타냐후를 물리치고 당수가 됐다. ― 옮긴이] 전에 총리를 지낸 네타냐후는 아라파트를 “추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는 일급 전범 샤론조차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너무 무르다”고 주장하는 자다. 사실, 샤론 정부는 팔레스타인 마을들에서 대량 학살을 자행해 왔고 요르단강 서안 지방의 대부분 지역에서 무제한 통행 금지를 실시했다.

평화 정당을 자처하는 노동당은 샤론 정부의 이런 잔혹 행위들을 덮어 주는 외피 노릇을 했을 뿐 아니라 그런 잔혹 행위들을 기획하기도 했다. 현재 노동당 당수 베냐민 벤-엘리에젤은 지난 주까지도 샤론 밑에서 국방장관을 지냈다. 이스라엘 군대는 베냐민 벤-엘리에젤의 명령에 따라 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저항을 모두 분쇄하는 작전의 일환으로 팔레스타인인 수백 명을 살해했다.

그 충돌에 관한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하비에르 수니가는 이렇게 말했다. “유죄는 누군가를 불필요하게 사살한 병사에게서 옮겨가 명령을 내리거나 묵과하거나 은폐한 지휘 계통에 있는 사람들과 국가 최고위 당국자들에게 가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정치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우경화하는 이스라엘 정부가 아라파트를 추방하거나 살해해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과 중동에서 폭발을 일으켜 대 이라크 전쟁몰이를 빗나가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바로 그 때문에 미국의 중동 특사 윌리엄 번즈는 2005년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는 방안을 제안함으로써 “평화 협상”을 부활시키기 위한 “복안”을 갖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그러나 〈알 아람 위클리〉의 조너선 쿡은 다음과 같이 썼다. “번즈가 싸구려 가짜 약을 판매하려 한다는 의심이 널리 퍼져 있다. 그 복안은 미래의 팔레스타인 국가를 향한 길고 고통스런 길을 가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미국이 이라크와 벌이려는 전쟁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그 복안은 전에 미국이 후원한 “평화”안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그 복안이 약속하는 미래는 이스라엘 정착촌은 계속 확대되고 해마다 50억 달러(약 6조 2백억 원)나 되는 미국의 대 이스라엘 재정 지원도 지속되는 반면, 팔레스타인 사회는 해체되는 그런 미래다. 미국의 지원은 리쿠드당의 인종 청소라는 살벌한 강령과 노동당의 더 친절하고 온건한 식민주의 둘 다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팔레스타인 전역에 세속적이고 민주적인 국가가 들어서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게 될 때야 비로소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