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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칼럼 ─ 메스를 들이대며:
추가협상 ─ 또 하나의 기만

정부가 ‘추가협상’을 마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90점짜리라고 한다. 정부는 이번 추가협상을 통해 우선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품질체계평가(QSA)프로그램을 도입했고 30개월 미만에서도 ‘대부분’의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을 실질적으로 차단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추가협상은 미국 기업들이 알아서 추진했다가 알아서 그만 둘 수 있는 강제성이 없는 조처이고 게다가 원래의 수입고시, 즉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으로 가는 과도기적·일시적 조처다.

이번에 받아 온 QSA 프로그램은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이 잘 지적했듯이 한국에서 시행되는 품질관리 프로그램인 ‘품’자 도장을 하나 받아 온 정도일 뿐이다. QSA는 정부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업이 상품 가격을 높이려고 입안·운영하고 이를 미국 정부가 1년에 두 번 조사를 나가 확인하는 프로그램일 뿐이다.

미국 정부(USTR)도 6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가 ‘추가협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논의’(discussion)였을 뿐이며 이번에 이야기된 것은 정부 간 협약이 아니라 ‘한미 수출입업자 간의 상업적 협약’에 대한 양국 정부의 지원일 뿐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시한부 조치

미국 정부의 보도자료는 또한 QSA 프로그램이나 일부 SRM 수입 잠정중단 조처도 4월 18일 수입위생조건을 이행하기 위한 “경과 조처”라는 점을 밝혔다.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시행하는 시한부 조처라는 것이다.

QSA 프로그램 자체가 기업이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민간프로그램이다. 따라서 미국 기업이 이만하면 됐다고 판단하는 시기가 바로 원래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으로 가는 시기이다.

길어야 1년간의 시한부 조처, 그 후에는 원래 고시대로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가는 것이 이번 ‘추가협상’이다. 그리고 1년짜리 임시 조처의 실효성마저 미국 기업이 알아서 하는 것이 이번 추가협상의 진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이란 게 뭐 다 이렇다.

게다가 이 길어야 1년짜리 임시 조처마저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양보한 것이 없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기 전 한국에 수출한 미국산 쇠고기 제품을 품목별로 보면 뼈 없는 살코기가 55퍼센트, 갈비가 35퍼센트, 나머지 곱창, 회수육, 내장, 사골, 꼬리뼈, 혀 등이 10퍼센트다.

원래 수입되던 살코기를 빼면 미국의 축산업계가 새로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은 갈비가 4분의 3, 나머지가 4분의 1 정도라는 이야기다.

한국 수입업자들은 원래 이번 협상에서 30개월 미만의 갈비 정도가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단다. 갈비만 열어도 미국의 최대 기대 수준의 75퍼센트 정도를 주는 협상이었다.

그러나 미국 거대 농식품기업의 탐욕과 한미FTA를 향한 한국 정부의 2중주는 나머지 25퍼센트까지도 모두 내 주는 협상을 했다. 광우병 위험부위이거나 이 부위가 포함돼 있어 가장 위험한 곱창과 내장, 회수육(AMR), 사골뼈, 꼬리뼈, 분쇄육, 혀 등이 모두 허용됐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것은 ‘추가협상’에서조차 이러한 전면 개방은 바뀐 것이 없다는 점이다.

즉, 소의 월령이 30개월 이상인지 아닌지는 미국 기업이 알아서 할 뿐이고 광우병 위험부위인 나머지 모든 부위가 수입된다는 것은 추가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머리뼈, 뇌, 안구, 척수는 제외한다고 하지만 정부 말을 다 믿더라도 이 부위는 한국 사람이 먹지 않는 부위다. 결국 추가협상으로 미국 거대 축산기업들이 돈을 더 쓸 부분은 자신들이 알아서 여기저기 붙일 ‘30개월 미만 소’라는 딱지밖에 없다. 이 딱지값은 1만 원에 1천 개 정도 한단다. 10원이라는 이야기다.

90점?

미국 기업이 ‘양심’에 따라 어떻게 딱지를 붙이건 미국 정부가 1년에 2번 조사를 할 뿐이고 한국 정부는 현지조사를 통해 미국에게 문제 제기 할 권한만 있을 뿐이다. 도축장 승인권이나 취소 권한이 한국에 없으므로 한국 정부가 현지조사를 해 봤자 할 일이 없는 것은 추가협상 전이나 후나 똑같다.

추가협상이 90점짜리라고? 내가 보기에는 99점짜리다. 한국 국민에게가 아니라 미국 기업과 미국 정부에게 말이다. 여기에 길어야 1년 뒤 1백 점이 되는 99점짜리 점수인데 더 바랄 게 무엇일까? 미국 정부는 지금 추가협상대로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고 있을 뿐이다.

이 추가협상을 통해 한국 국민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곱창과 막창, 회수육, 사골뼈와 꼬리뼈, 혀 이 모든 것을 다 먹어야 한다. 곱창? 소의 창자가 곱창이다. 그런데 유럽연합에서 소장과 대장 전체를 연령과 무관하게 SRM으로 지정한 것은 괜히 한 것이 아니다. [변형 프리온이 축적되는 부위로 알려진] 파이어즈패치(Peyer’s patch)가 소장 전체에 분포하며, 대장도 감염력이 있다는 것을 2006년에 영국 의학연구원과 런던대학교가 확인했다.

혀? 유럽과학위원회에서 올해 펴낸 보고서에는 혀에 SRM인 편도조직이 붙어 있어 금지를 권고했다. 혀 요리로 유명한 프랑스에서조차 혀가 실질적으로 금지됐다.

회수육? 회수육에 SRM인 척수조직이나 등배신경절 등이 포함돼 미국 학교 급식에서 배제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꼬리뼈는 아예 그 자체가 등뼈의 일부분으로 SRM이고 사골뼈는 미국에서는 식용도 아니며 등뼈에서 추출된 사골뼈도 한국에 수입된다.

자. 이제 추가협상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어떤 음식이 문제가 될까? 곱창이 들어가는 곰탕과 여기에 등뼈를 넣은 설렁탕, 회수육과 분쇄육이 주로 쓰이는 피자·햄버거·소시지·핫도그, 혀 요리가 들어가는 수육과 편육, 꼬리곰탕과 사골국, 그리고 이 모든 수입허용 부분을 재료로 하는 쇠고기 유래 제품이 다 문제가 된다.

결국 추가협상으로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누가 소 눈알을 먹지 않겠다고 주장했었나? 추가협상은 막아야 할 부분은 하나도 막지 않았다. 추가협상 전과 후를 비교해 볼 때 우리 국민이 감수해야 할 광우병 위험은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다.

추가협상은 한마디로 기만이다. 위험부위를 사실 하나도 막지 못했고, 기업들의 탐욕에 국민 건강을 맡겼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일시적인 조처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이런 추가협상을 90점짜리라고 말하는 이명박 정부는 이번 쇠고기 협상으로 이득을 볼 미국 기업과 이 쇠고기협상을 발판으로 한미FTA를 통과시켜 이익을 챙길 한국의 재벌과 1퍼센트만을 위한 정부일 뿐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 국민의 절대다수가 원하는 재협상을 끝끝내 거부하는 정부는 이미 정부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하물며 그 정부가 건강보험을 붕괴시키려 하고, 입시지옥을 더욱 심화시키려 하며, 물·전기·가스를 재벌에게 넘기려 하고 게다가 조중동에 공영방송을 넘기려 한다면? 이 정부가 정부로서 자격이 있겠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