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힘은 촛불에 있다
〈노동자 연대〉 구독
촛불 항쟁은 지난 두 달 동안 한국 사회를 뿌리채 뒤흔들며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 왔다.
미국에 간 이명박이 부시에게 광우병 위험 쓰레기 쇠고기들을 사겠다고 약속하고 온 것이 5월 2일부터 촛불에 불을 붙였다. 그것을 계기로 이명박 집권 두 달 동안 나타난 온갖 개악, 추문, 악행에 대한 대중적 불만이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청소년들이 시작한 촛불은 곧 대학생, 청년, 주부, 노동자 등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청계광장에 머물던 촛불은 5월 24일부터 거리 행진에 나섰고 5월 31일에는 15만여 명이 청와대 턱밑까지 가서 ‘이명박 타도’를 외쳤다. 촛불집회와 거리 행진은 전국 곳곳과 주요 대도시로도 확산됐고 6월 10일 1백만 촛불 대행진은 첫번째 절정이었다.
촛불 항쟁은 취임 초반의 이명박을 정권 말기 같은 위기로 몰아넣었다. 박명림 교수가 말하듯 이명박은 이미 “‘정치·정책적 탄핵’ 상태에 놓여” 있고 이명박의 “대선 핵심공약은 ‘모두’ 철회·중단·악화·역전되었다.”
〈조선일보〉도 촛불 항쟁이 “국가 간 공식 협정을 사후에 바꾸도록 했[고] … 대통령이 두 번이나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 사과하게 만들었고 … 대통령은 대운하를 포기했고, ‘수도·가스·전기·건강보험의 민영화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썼다.
그러나 촛불에 밀려 두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뼈저린 반성”을 말하던 이명박은 지금 폭력적 반격에 나서고 있다. 재벌과 강부자들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촛불 항쟁에 대해 재벌과 강부자·조중동 등 기득권 세력이 느끼는 두려움은 매우 크다. 이들은 이명박이 여기서 더 밀리면 정권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대운하, 의료·공공서비스 민영화, 교육 시장화 등을 추진하지 못할 거라고 본다. 나아가 피억압 민중의 사기가 올라가 자신들의 재산과 기득권이 위협받는 어떤 격변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판돈
그래서 경총 회장 이수영은 “법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쏟아냈고, 〈조선일보〉는 “경제계에서 들끓는 분노의 수위가 이만저만한 수준이 아니[며] … 청와대와 집권당이 성토 대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6월 30일에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도 “또다시 유화책으로 돌아설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간다”며 “이쪽(정권)이나 저쪽(시위대) 중 하나는 끝장을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촛불 항쟁의 성패에 걸린 이런 어마어마한 판돈 때문에 지금 이명박은 미친듯이 잔인한 폭력에 매달리고 있다.
7월 5일 이후에도 이명박은 쉽게 물러서지 않으려 할 것이다. 물론 폭력 탄압 일변도로 돌아섰어도 촛불의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보수 세력은 7월 5일 이후 훨씬 더 야만적으로 촛불 끄기 공세에 나설 수 있다.
이때, ‘제도권 내에서 해결돼야 하고 헌정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며 주춤거리다가 이명박에게 반격의 기회를 줬던 6월 10일 이후의 오류가 반복돼선 안 된다.
그 점에서 7월 5일 이후 ‘촛불의 승리를 선언하고 불매 운동, 재협상 국민투표 등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이런 주장은 곧 ‘국회 등원할 민주당을 통한 제도적 해결에 기대해 보자’는 주장과도 연결돼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명박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촛불이 꺼질 때까지’만 수입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 대운하와 물·전기·가스·의료 민영화도 ‘촛불이 꺼질 때까지’ 유보된 것일 뿐이다.
서민경제 말살을 추진해 온 강만수, 국민을 군홧발로 짓밟은 어청수, 언론 재갈 물리기를 주도해 온 이동관 등은 그대로 자리에 있고, 모든 미친 정책의 배후인 이명박도 그대로 있다.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 의원 김성조가 “국민을 머슴처럼 … 주, 주인처럼 섬기겠다” 고 한 것도 단지 말실수는 아닐 것이다.
불매 운동도 효과적 대안은 아니다. 이명박도 “싫으면 안 사먹으면 그만”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국민투표도 설사 만에 하나 이명박이 그것을 받아들인다손 치더라도 촛불을 내리고 이명박에게 시간만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지난 5년간 신자유주의 개악들을 주도한 당사자인 민주당이 국회로 들어가 우리의 목소리와 요구를 대변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헛되다.
아래로부터
따라서 지금은 섣불리 승리를 선언하고 촛불을 끌 때가 아니다. 한홍구 교수도 역사를 돌아보며 “촛불을 빨리 끄면 기회를 또 놓치고 만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승리를 위해 우리는 이명박의 미친 정책들을 일시 중단시킨 진정한 힘인 아래로부터 투쟁을 계속 중심에 둬야 한다. 또한, 단지 쇠고기 문제만이 아니라 온갖 미친 정책들의 인격적 화신인 이명박 자신을 반대한다는 정치적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조직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이명박 정부의 사회적 기반인 재벌들의 이윤에 타격을 준다면 촛불은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다수 노조 지도자들의 소심함과, 정치 문제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노동조합 운동 자체의 약점 때문에 이런 기대는 잘채워지지 않고 있다. 산업현장 활동가들은 촛불의 역동성을 현장 노동자들 속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