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의 요인과 민주노동당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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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당선의 요인과 민주노동당의 미래
김인식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이 이회창을 눌렀다. 노무현은 대중의 반이회창 정서 덕분에 48.9퍼센트를 득표해 근소한 차이
투표 전 날에 정몽준이 지지를 철회했는데도 노무현이 승리한 사실은 노무현의 승리가 재벌인 정몽준의 보수적 기반에 달려 있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 사회가 더 개방적이고 관용적이 되기를 바라는 피억압 대중의 지지 덕분이었음을 보여 준다. 노-정 단일화 자체가 이회창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대중 압력의 결과였다.
보수 성향의 〈중앙일보〉
이번 선거는 또한 반미 시위가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졌다. 반미 시위는
반미 시위의 효과를 우려한 이회창은 운동을 지지하는 척해야 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부영은
12월 7일에 이회창은 면박과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추모 미사에 참석해, 언론을 통해 청년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반미 시위에 참가한 듯한 인상을 주려 애썼다. 미사를 집전한 신부들은 이회창에게
이회창이 친미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 이렇게 애쓴 반면, 평소
노무현과 이회창의 이런 뒤바뀐 듯한 행태에도 12월 9일 한국갤럽 여론 조사에서 노무현은 이회창을 9.6퍼센트 차이로 크게 앞섰다
주한미군 철수 여론의 확산 가능성을 우려한 미국이 반격에 나섰다. 12월 11일 미국은 스커드 미사일을 싣고 항해하던 북한 선박을 나포했다.
이것은 또한 반미 운동 내에서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좌파를 고립시키려는 시도이자 선거에서 우파를 돕기 위한 책략이었다. 정치적 양극화 촉진 시도였다. 조갑제도 간파했듯이, 양극화가 가속화한다면 우파인 이회창에게 이롭고 중도파인 노무현에게 불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요청에 응답해 이회창은 이번 대선이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유에스에이 투데이〉 지적대로
그런 부시의 대북 강경 노선을 이회창이 지지했다. 그 때문에 이회창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강경파로 찍혀 있었다.
미국의 북한 선박 나포 직후에 노무현은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 수출을 비난했으나, 여론이 반전되는 조짐이 보이자
그리고
결국
노무현의 당선과 진보 진영
노무현은 대북 강경론자이자 친재벌적인 이회창에 대한 피억압 대중의 반감 정서에 기대어 승리할 수 있었다. 노무현은 당선되자마자 피억압 대중의 기대와 대면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5년 동안 수많은 유산을 남겼다. 그 가운데 노무현에게 가장 위험한 유산은 노동자 운동의 성장이다.
이회창이 당선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노무현의 입에 발린
노무현 정부는 초기 김대중 정부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 당시 노동자 대중은 34년 일당 독재가 붕괴되고 정권이 교체됐다는 기대감에 사태의 악화를 잠시 기다릴 태세가 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 노동자 대중은 5년 동안 자유주의 정부의 배신을 경험했다.
그래서 97만 명
노무현에 대한 기대와 그의 실체 사이의 격차 때문에 그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도전이 일어날 것 같다. 이렇게 봤을 때 노무현 당선은 중장기적으로 진보 진영에 더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진행될 것이다.
노무현 당선이 진보 진영에 결국엔 더 유리할 수 있다면 권영길보다 노무현을 지지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질문이 제기될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자신도 투표 하루 전에 그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부시가 이긴 건 그의 동생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 주에서의 선거 부정 덕택이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기성
그럼에도, 일부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노무현 당선에 씁쓸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민주노동당의 지지 기반이 노무현의 지지 기반과 일부 겹치는 바람에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던 탓이다. 그러다 보니 경쟁 심리가 발동했을 터이고 이로 말미암아 노무현 승리에 소외감이 들 수도 있겠다.
어떤 이들은 1997년 대선 결과를 떠올릴 수도 있다. 또다시 부르주아 자유주의자에게 밀려났다고 여길 수도 있다. 외관상 비슷한 상황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근시안적 생각이다. 우리는 격변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불과 반 년 전에만 하더라도 언론들은 세계가 우경화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과연 그런가? 11월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극우파 자유당이 참패했다. 이 당은 1999년 선거에서 27퍼센트를 득표해 보수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해 유럽을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자유당의 핵심 인물인 외르크 하이더가 히틀러 숭배자인 나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선거에서는 자유당이 10퍼센트밖에 얻지 못했다. 물론 그들이 얻은 10퍼센트를 간단히 제쳐 버릴 수는 없지만 말이다.
10월 브라질 대선에서는 좌파 정당인 노동자당
노무현은 포퓰리스트 특유의 좌충우돌과 오락가락을 거듭할 것이다. 노무현을 지지한다면 노무현의 배신이 낳는 분노에 응답해 노동자 대중과 함께 싸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과 맞서 싸울 수 없다면 진보 정당은 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