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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삼중의 위기가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경제 위기가 끝나간다는 몽상은 이제 사라졌다. 세계 자본주의의 치어리더 구실을 해 온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마저 최근 이렇게 말했다. “경제 위기는 아직 도입부도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은행가인 자넷 엘렌은 현재 미국 경제를 〈맥베스〉에 등장하는 세 마녀와 비교했다. “오늘날 그 말썽쟁이 세 명은 각각 주택 시장, 금융 시장, 상품 가격에 해당한다.”

경제 위기는 주택 시장에서 시작됐다. 18개월 전 빈민 가구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투기 거품이 터졌다. 현재 미국 부동산 가격은 최고점에 비해 19퍼센트가 떨어졌고 앞으로 최고점에 비해 30퍼센트 낮아질 수 있다.

이것은 두 가지 방식으로 경제에 충격을 줬다. 먼저, 가구 소비가 줄었다. 가구들이 주택 가치 상승에 힘입어 돈을 빌리는 것이 불가능해졌거나 모기지를 갚지 못하고 파산했기 때문이다.

둘째, 은행들의 악성 부채가 늘어나면서 은행 간 상호 대출이 중단됐고, 자연히 산업·상업 기업과 소비자 들에 대한 대출도 중단됐다. 이것은 또 다른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즉, 은행이 대출을 줄여 기업과 가구 파산이 늘고, 파산이 늘면서 은행의 악성 부채가 더 늘어나고, 은행이 대출을 더 줄이면서 더 많은 파산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6월 물가상승률이 5퍼센트 ― 199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 ― 로 껑충 뛰면서 개인소비를 갉아먹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 성장률은 2008년 일사(1/4)분기 1퍼센트, 이사(2/4)분기 예상치 2~2.5퍼센트로 기대 이상이었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달러의 교환 가치가 하락해 미국 수출품들의 가격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1천1백억 달러 세금 환급 조처 덕분에 개인소비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올 하반기에는 사라질 것이고, 최악의 신용 경색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경기 하강

〈파이낸셜타임스〉는 그 결과 갈수록 많은 경제학자들이 “W형의 경기 하강[을 예상하고 있고], 일부는 올해 말에 본격적인 불황이 시작될 거라 예측한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서, 지난 몇 달간 예상외로 높은 성장률은 ‘막간 여흥’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 마녀는 영국도 혼란에 빠뜨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영국에서는 정책 입안자들이 물가 상승을 통제하려 애쓰면서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된 [경제] 통계를 보면, 불황의 위험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집값이 1930년대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유가·공공서비스 요금·식품 가격이 상승해 가구 소득이 줄어들면서 개인소비 전망이 악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 고든 브라운이 재무부 장관이었을 때 정한 ‘황금 규칙’을 깨야 한다는 재무부의 주장을 둘러싼 논란은 상당히 실없어 보인다.

경기 하강은 당연히 정부 재정에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 기업과 가구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세금은 줄어들 것이고 국가는 실업수당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

국가가 이런 지출 확대를 감당하려면 돈을 더 빌려야 한다. 이번 회계년도의 첫 3개월 동안 재정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2백4억 파운드로, 일 년 전 1백25억 파운드에 비해 크게 늘었다. 그래서 재무부는 정부 차용이 국민소득의 40퍼센트를 넘을 수 없다는 브라운의 ‘법칙’을 깰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반대로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리는 것은 경제적 자살 행위가 될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은 정부 지출이 추락하는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따라서 [재무부의] 결정은 일리가 있다. 사실 애당초 경제 정책에 족쇄를 채우려 한 브라운이 멍청했다.

그러나 동시에, 영국과 미국 모두 정부 지출만으로는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경제를 안정시킬 수 없다. 세 마녀는 앞으로도 더 많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국내 번역된 주요 저서로는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과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책갈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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