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의 제국주의 경쟁이 낳은 전쟁:
러시아-조지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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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조지아가 남(南)오세티야를 놓고 충돌하면서 또 다른 전쟁이 발생했다[8월 13일 현재 중단된 듯 보인다]. 남오세티야는 러시아와 조지아 사이 카프카스 산맥에 위치한 지방으로 조지아의 자치주(州)다.
남오세티야 지위 문제는 나토 동맹을 [조지아로] 확대해 친서방 정부들로 러시아를 포위하려는 미국 정부의 시도라는 더 큰 갈등과 결합돼 있다.
미국 정부는 조지아 정부를 지원하고, 러시아 정부는 남오세티야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해 왔다. 이런 제국주의 경쟁이 군사적 충돌로 연결됐다.
최근 미국 정부는 카프카스 지역의 갈등에 불을 붙이는 행동을 취해 왔다.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올 6월 “조지아는 곧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이다” 하고 말하며 조지아 “영토의 통일성”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많은 평자들은 이런 미국 정부의 행동이 조지아 정부가 츠힌발리 공격을 감행하도록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런 갈등과 충돌은 미국이 옛 소련 지역으로 진출한 결과다.
옛 소련 붕괴 후 미국과 러시아가 작성한 ‘신사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군사력을 동유럽 지역으로 확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은 약속을 어기고 폴란드와 체코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했고 옛 소련의 일부였던 공화국들을 러시아 압박 도구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새로운 동맹들과 갈등 관계에 있는 지역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올 4월 러시아는 남오세티야·압하지야와 관계를 더 긴밀히 하는 조처들을 발표했다.
이에 조지아는 자치주들을 침략하겠다고 위협했다. 러시아는 콘돌리자 라이스가 조지아를 방문했을 때 수도 트빌리시 상공에 전폭기를 띄워 조지아의 나토 가입 야망에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응수했다.
조지아는 지난주[8월 둘째 주] 남오세티야 국경에 자국 군대를 대거 집결시켰다. 국경 곳곳에서 총성이 들리더니 곧 포격이 시작됐고, 이윽고 전면전으로 연결됐다.
러시아가 나토의 팽창에 좀더 단호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옛 힘을 회복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코소보가 세르비아에서 독립할 때 미국의 승인을 막지 못했다.
‘테러와의 전쟁’ 아래 미국이 진행한 전쟁과 침략을 지지해 온 서방 정치인들이 러시아의 지정학적 야심을 비난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테러와의 전쟁’을 이용해 체첸 ─ 오세티야 근처고 조지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 같은 국경 지역의 분리주의 세력들을 잔혹하게 탄압해 온 것은 사실이다.
카프카스 지역은 중동과 중앙아시아 바로 옆에 있는데, 미국 정부는 이들 지역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전략 요충지로 여겨 통제력을 확대하려 한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략·점령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지면서 이들 지역 전체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현재 카프카스의 갈등과 전쟁은 이런 큰 맥락과 연관돼 있다. 전쟁과 파괴를 낳는 세계 [제국주의]체제 자체를 끝낼 필요성이 다시 한번 제기되는 것이다.
카프카스의 석유 쟁탈전
조지아는 온갖 석유·천연 가스 수송관들이 관통하는 곳이다. 바쿠(아제르바이잔)-트빌리시(조지아)-세이한(터키) 석유 수송관(BTC 송유관)은 이미 2005년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또 다른 석유 수송관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시작해 조지아의 흑해 연안 도시인 숩사에서 끝난다. 세 번째 수송관 프로젝트인 나부코 수송관은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터키를 가로질러 중부 유럽과 오스트리아까지 미칠 예정이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수송관 중 어느 것도 러시아나 친러시아 국가들을 통과하지는 않는다.
그 결과 이 수송관들은 이들 지역에서 세력 균형을 러시아로부터 서방 경쟁 국가들로 이동시키고 있다. 제국주의 집단들 사이의 경쟁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그런 변화는 이들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궁극으로는 전쟁을 가져올 수 있다.
네오콘의 충견 조지아
조지아는 카프카스에서 네오콘의 충견 구실을 해 왔다. 조지아 정부 재정 중 약 70퍼센트가 국방 예산이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산 무인정찰기와 박격포탄 구입비와 이스라엘인 훈련 교관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
조지아 대통령 사카슈빌리는 자국 병사 2천 명을 이라크로 파병했는데, 이것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최대 규모다.
조지아에 대한 서방의 지원은 옛 소련이 붕괴하고 조지아가 독립을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995년 옛 소련 외무장관 예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가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다. 셰바르드나제 정부는 부패의 대명사가 됐지만 미국은 계속 외교적·군사적 지원을 보냈다.
2003년에 이르러 셰바르드나제 정권은 이른바 ‘장미 혁명’으로 몰락했다. 덕분에 사카슈빌리가 대통령이 됐고, 그는 조지아를 카프카스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으로 만들었다.
‘장미 혁명’에 대한 환멸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2007년 말에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사카슈빌리는 전투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를 공격했고 야당 연합을 ‘러시아 끄나풀’이라고 비난했다. 경제 위기가 심화할수록 사카슈빌리는 미국 쪽으로 기울어졌고, 미국 고위 관료들이 잇달아 방문하면서 두 나라 간 동맹 관계가 깊어졌다.
국내의 불만 고조와 미국의 계속적 지원 약속이 결합된 상황에서, 사카슈빌리는 미국이 남오세티야 군사 작전을 전폭 지원할 거라 계산한 듯하다. 이것은 계산착오였던 것으로 보인다.
오세티야 ─ 분열과 전쟁의 역사
카프카스 지역은 여러 민족·종족 집단들의 거주지로 나뉘어 있다. 오세티야는 그런 민족 집단 중 하나다. 오랫동안 오세티야의 언어와 문화는 억눌려 왔다. 그러나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이 지역을 변화시켰다.
남오세티야와 조지아는 독립을 추구했고, 독자적 소비에트 공화국을 건설했다. 1922년에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는 조지아의 자치주가 됐다.
러시아 혁명이 고립·패배당하고 스탈린의 독재 정권이 등장하면서 카프카스 지역에서도 억압이 강화됐지만 카프카스 지역의 민족 집단들 간 관계는 우호적이었다. 민족 간 혼인이 활발했고 조지아인, 오세티야인, 압하지야인이 서로 어울려 살았다.
그러나 1980년대 말 옛 소련이 해체되면서 갈등이 심해졌다. 1990년 12월 조지아 정부는 남오세티야의 자치 지위를 폐기했고, 한 달 뒤 러시아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이에 대응해 남오세티야는 독립을 선언했다. 조지아는 군대와 전투 경찰을 보냈다. 오세티야인들은 조지아군을 물리쳤고, 러시아는 수천 명의 군대를 파병했다. 러시아 정부는 조지아에 맞선 남오세티야 분리주의 세력들을 지지했다.
UN 회원국들 중 아무도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독립 국가로] 승인하지 않았다. 이 새 공화국들은 살아남기 위해 러시아의 품으로 돌아갔다.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는 독립을 원할 충분한 역사적 이유가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들의 민족 운동은 이 지역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익에 관심이 없는 미국과 러시아 간 경쟁에 이용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