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사회이론의 역사》(원제: 《사회이론》)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불편해할 만한 책이다. 오늘날 학계는 포괄적 분석과 설명을 기피하고 세분화된 부문 연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캘리니코스는 계몽주의자에서 현대 사회학의 시조들을 거쳐 가장 최근의 이론가에 이르는 사회학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캘리니코스는 최근 학계 풍토와 달리 다양한 사상들 사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지적한다. 예컨대, 독일 철학자 니체의 이론이 막스 베버의 이론을 거쳐 미셸 푸코나 자크 데리다 같은 포스트모더니스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해 서로 연결시킨다.
한편으로 《사회이론의 역사》는 꿈의 교재라 불릴 만하다. 그러나 단순히 교과서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캘리니코스는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서 당대 이론들에 비판적 논평을 해 왔다. 《사회이론의 역사》에 실린 논평 중 일부는 캘리니코스가 다른 저서에서 이미 자세히 다룬 것들이다.
예컨대,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장의 내용은 대부분 캘리니코스의 《포스트모더니즘 비판》에서 따온 것이다. 《사회이론의 역사》는 사회 이론 내 중요한 논쟁과 개념 들을 한눈에 개괄할 수 있는 큰 풍경화를 보여 준다.
마지막 장은 오늘날 사회 이론의 몇 가지 뜨거운 논쟁에 관해 유용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캘리니코스는 앤서니 기든스와 울리히 벡의 최근 이론들을 상세히 분석한다. 기든스는 영국의 가장 저명한 사회학자이고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어용 지식인이었다. 벡의 ‘위험사회’ 개념은 독일 녹색 정치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두 사상가 모두 ‘후기 근대성’이 자본주의 이전 단계와 뚜렷이 분리되는 새로운 단계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기든스는 블레어의 ‘제3의 길’을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벡은 역사유물론과 계급 정치가 한물갔다고 주장했다.
캘리니코스는 이런 입장의 오류를 체계적이고 명쾌하게 분석한다. 그 뒤 마르크스주의의 유효함을 지적하며 책을 마친다.(이 부분은 좀 간략하다.)
《사회이론의 역사》는 주로 학계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지만 다른 사람들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기든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학계에서 발전된 사상이 국가 정책의 영역으로 신속하게 보급될 수도 있다.
주류 정치문화에 깊이 스며든 친 시장경제적 사고를 폭로하고 논박하려면, 그것의 이론적 뿌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회이론의 역사》는 이를 위해 필요한 무기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