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반발에 직면해, 주둔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원래 입장에서 후퇴했다.
그러나 비록 미국이 협정문 — 이른바 주둔군지위협정 — 을 일부 양보했지만 이것이 점령 종식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원래 협정문 초안에 군사 기지 4백여 개를 건설하고 이라크 영토를 “제3국”을 공격하기 위한 근거지로 삼을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것은 이라크의 이웃 국가인 이란에 대한 위협이자 공격의 사전포석으로 여겨졌다.
미군과 “외국인 하청업자”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조항이나 점령군은 조건에 상관 없이 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평소에는 고분고분하던 이라크 정부조차 철군 일정을 명확히 하라고 미국에 요구했던 것이다.
이라크 정부의 제안을 보면, 미군 병사들은 내년부터 이라크 도시와 마을에서 물러나야 하며 2011년 말에는 모든 전투 병력이 이라크에서 떠나야 한다.(물론 영구 주둔 기지는 해당되지 않는다.)
점령의 위기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협정문 초안은 원래의 계획에 비해 큰 후퇴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인들의 저항 앞에 한발 물러섰고, 먼저 시아파 지도자들과, 나중에는 수니파 저항세력들과, 마지막으로 무크타다 알사드르와 계속 타협해야 했다. 이것은 미군 점령의 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연이은 후퇴를 이라크 정부와 비밀 조약을 맺는 것으로 만회하려 했다.
그러나 한 아랍 신문이 이 비밀 조약의 존재를 폭로했고, 대중의 분노가 폭발했다.
많은 이라크인들이 거리로 나섰고, 이라크 총리 누리 알말리키의 동맹 세력들은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위협했다.
8월 초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가 협정의 서명을 받으러 바그다드를 방문했을 때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 — 아야툴라 알리 시스타니의 근거지 — 에서는 수만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라이스는 빈손으로 떠나야 했다.
말리키는 면책특권을 포기하고 철군 일정을 정하지 않으면 협정문에 서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철군이 “현장 상황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철군 약속을 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세부 내용은 비밀에 싸여 있지만, 미국 정부는 영구 군사 기지 건설과 이라크·이란 접경 지역에 대한 통제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