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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정규직화의 희망을 지키겠습니다”

아래 글은 얼마 전 다함께가 주최한 진보 포럼 맑시즘2008에 참가한 기륭전자 노조 최은미 조합원이 특별 발언한 내용을 축약 정리한 것이다.

맑시즘2008에서는 80여만 원의 기륭 노동자 투쟁 연대 기금을 모금해 최은미 조합원에게 전달했다.

1천 일 동안 정말 외롭게 싸웠지만 저희가 옳다는 걸 믿었기 때문에, 그리고 함께 연대해 준 고마운 분들에게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되는 희망을 보여 주기 위해 정말 힘들게 버텨 왔습니다.

광우병이 걸린 쇠고기가 먹고 싶지 않다고 시민들이 촛불을 들면서 저희 투쟁 또한 시너지 효과를 많이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이 전국적으로 퍼지던 4~5월부터 저희가 집회만 하면 지역 주민들이나 시민들이 생수나 음료수 같은 것을 사 주면서 힘내라고 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광우병 쇠고기를 반대하는 광화문 촛불 덕분에 비정규직 투쟁이 상승 효과를 함께 타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1천 일 동안 저희가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것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돈으로 정리하거나 비정규직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고용·정규직화를 반드시 따내자, 그 원칙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힘들게 싸우지 않았을 것입니다.

상승 효과

그러나 단식 농성 동안 교섭이 재개되면서 저희가 처음으로 그 원칙을 깨트렸습니다. 단식자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3의 회사도 갈 수 있다고요.

그런데 내용이 나오면 나올수록 후퇴하더라구요. 신설회사로 가서 일을 하라고 하고, [고용을] 1년만 보장해 주겠다고 하고, 지금 농성하고 있는 조합원 10명만 받아 주고, 그 외의 조합원은 받아줄 수 없다고 하고.

그래서 저희는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낫겠다고 정말 대성통곡을 하면서 교섭장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금속노조가 기륭 문제를 전면적으로 받아안고 투쟁하고 다 책임질 테니까 제발 소중한 생명부터 살리자고 권고를 하셨고요. 무엇보다 두 단식자가 몸무게가 30킬로그램대 중반이고 혈당이나 혈압이 너무 낮아 언제 쇼크로 사망할지 모르는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분회장님께서는 병원에는 가되 단식은 풀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김소연 분회장은 8월 26일 현재 77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륭전자 앞에서 매일 밤마다 촛불도 꺼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금속노조가 기자회견을 통해서 이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 결의를 보여 주고 이후 집중집회를 계속해서 잡아 나갈 예정입니다. 저희도 이 기세를 몰아서 승리하는 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생각입니다.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이라고 하는데요, 이명박 대통령이 광우병 쇠고기 안 먹으면 그만 아니냐고 하지만 피해갈 수 없잖아요? 비정규직도 마찬가지입니다.

파견이 아니면 취업하기도 어려운 시대, 저희가 다 바꿔 나갈 수는 없지만 최소한 희망이라도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희망을 꺼트리지 않기 위해서, 비정규직을 철폐하기 위한 촛불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 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