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와의 전쟁’을 지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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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전국적으로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경찰청은 성매매 단속에 ‘스텔스’ 등 전담 기동부대까지 만들어 투입했다.
그러나 경찰력을 앞세워 ‘민생치안’을 바로 세우겠다는 이들의 말에서 구린내가 풀풀 난다. 경찰은 가끔 세상이 떠들썩하게 기획 단속을 하지만, 일상적으로는 대부분 성매매 업주들과 은밀히 유착돼 있어 성매매가 온존하는 데 한몫해 왔다.
이번에도 경찰이 성매매 업주들의 뒤를 봐주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장안동 마사지업소 업주들이 보유한 ‘경찰 상납 장부’에는 수백만 원씩 상납받은 경찰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심지어 성상납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동대문 경찰들만이 아니다. 이 사회 지배층 상당수가 성매매에 연루돼 있거나 성매매를 비호하고 있다.
경찰청장 어청수의 동생이 운영하는 호텔은 3분의 2가 룸살롱이고 여기서는 성매매도 이뤄진다는 것이 폭로됐다. 이명박이 소유한 건물에도 성매매를 하는 유흥주점이 있었다.(그래서인지, 이명박은 성매매 단속을 과하게 하지 말라고 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명박은 대통령 후보 시절 “[마사지 걸은] 못생긴 여자를 골라야 서비스가 좋다”는 발언으로 성매매에 대한 저열한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자들이 성매매 단속을 말하는 것만큼 위선적인 것은 없다.
더구나 단속·처벌로는 성매매를 근절하기 어렵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한국갤럽과 함께 실시한 〈2007 전국성매매실태조사〉에 따르면, 집창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이후 집창촌 규모가 줄어 통계상으로는 전체 성매매도 줄어들었지만, 마사지업소와 인터넷 등을 이용한 변종 성매매는 급증하는 추세라는 점이 지적됐다. 인터넷 및 기타 성매매는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어 경찰의 단속 횟수로 추정한 것일 뿐이고, 사실상 성매매나 다름없는 유사 성행위는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전체 성매매가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단속을 피해 해외로 성매매 하러 나가는 여성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어도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여성들이 성을 팔아야 하는 원인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양극화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고, 특히 여성가구주의 빈곤율은 남성의 세 배에 달한다.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을 만큼 임금도 적고 상시적으로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급증했고, 비정규직법 개악으로 상황은 더 열악해졌다. 이 때문에 생계가 막막한 빈곤층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어 절망의 끝자락에서 성매매를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2000년 미아리 집창촌을 대대적으로 단속한 전 종암경찰서장 김강자조차 당시 1천 명의 성매매 여성들 중 1백2명 만이 집창촌을 떠났던 경험을 소개하며 “여성들의 생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성매매법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물론, 그는 ‘제한적 공창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단속인력 확충을 대안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성매매의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경제 위기의 그늘이 점점 짙게 드리우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여성들의 성매매 유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1997년~98년 동아시아 경제 위기 때도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성매매가 급증했다.
지금의 처벌 강화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성매매 여성들을 속죄양 삼는다. 이것은 처벌을 두려워 한 여성들을 포주에 더욱 의존하도록 만들 것이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당시 정부는 성매매 여성들을 처벌대상이 아니라 ‘보호대상’으로 규정해 탈성매매를 돕겠다고 했지만, 강요나 인신매매 등에 의한 성매매처럼 특수한 경우만 피해자로 인정돼 가난 때문에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한 여성들은 여전히 처벌 대상이다.
속죄양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04년~2007년 검찰·법원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성판매자의 절반 이상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37.6퍼센트의 여성들은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실형을 받은 여성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성매매 알선자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형을 받았고, 벌금형은 이미 빚더미에 앉아 있는 여성들의 빚을 늘려 더 어려운 처지로 내모는 구실을 했다.
기소유예된 여성들도 성매매 기록이 남고 어떠한 지원도 없어 다시 성매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실적 올리기 급급한 경찰들이 구조요청한 성매매 여성을 피의자로 입건해 벌금을 매기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보호대상으로 지정된 여성은 전체의 5.2퍼센트에 그쳤다. 그나마 이들에게 지급되는 자활지원금은 한 달에 42만 원에 불과했다.
성매매 여성 단속·처벌 강화는 성매매를 근절하지는 못하면서 경찰력 강화의 명분으로 작용한다. 이번 단속은 촛불시위 이후 경찰의 ‘불법 엄단’ 선포, 조직폭력배 집중단속 기간 선포, 공안기관 확대 등 전반적 경찰력 강화와 맞물려 벌어지고 있다.
경찰의 집중단속은 문제를 일으키는 개인만을 부각시키며 경찰력 강화를 정당화하고 이런 문제들을 초래한 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가리는 효과를 낸다. 강화된 경찰력은 주로 정부의 정책에 도전하는 민중운동을 파괴하는 데 쓰인다. 성매매 단속에 투입된 경찰기동대의 원래 업무는 시위 진압과 조계사 수배자 검거 등이다.
따라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의 여성단체들이 성매매 단속·처벌 강화를 요구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물론 성매매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폐단이다. 여성의 성을 사고파는 사회에서 여성의 존엄성이 존재할 수 없다. 성매매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여성차별적인지를 보여 주는 증거다. 따라서 성매매 업주들이 성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처벌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에 지지를 보낼 수 없다. 여성들을 감금·폭행·갈취하는 포주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
그러나 성매매 단속·처벌 강화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성매매 여성들이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으려면 이들에 대한 지원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 여성들을 가난으로 내모는 정책들을 중단하고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성을 왜곡시키고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논리와 사회 곳곳에서 여성이 이등시민 취급받는 뿌리 깊은 여성차별이 사라져야 한다. 따라서 성매매의 뿌리가 사라지기를 바란다면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하는 운동을 촉진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