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투쟁:
비정규직 해고가 가톨릭 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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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투쟁이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사측이 해고를 자행한 9월 30일에 병원 로비 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해고된 조합원들은 눈물범벅이 돼 ‘2년 넘게 일했는데 계약해지 왠말이냐’, ‘비정규직 피눈물나게 하는 게 병원 맞나요?’라고 쓰인 팻말들을 들고 연좌 농성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울부짖었다. “환자분들, 저희들의 억울함을 풀어 주세요!”, “몹쓸법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됐어요!”“작업복이 오늘은 꼭 수의처럼 느껴져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면 이명박이 대운하 못 만들겠습니까?”많은 환자들이
로비 농성 돌입을 지지했다. “어떻게 도와주면 되나요?” 하고 묻는 환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환자, 자신이 타고 다니는 휠체어에 먹을 것을 하나 가득 담아서 절뚝거리며 지지 방문을 한 환자…. 환자들은 의료서비스의 질과 노동자의 고용 안정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로비 농성
연대도 더 확대되고 있다. ‘강남성모병원비정규직노동자지원대책모임’은 1백5개 단체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대형 현수막을 제작해서 병원 벽에 부착했다. 해고되기 전 주말과 해고 당일, 병원 안에서 1백 명이 넘는 규모의 연대의 밤도 조직했다. 촛불
시민들도 가세했다. ‘강남촛불’은 밤샘 농성마다 함께 한다. ‘촛불네티즌연대’는 아예 연대 텐트를 차리고 농성장에서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눈물을 머금고 직장을 떠나야 했던 파견 노동자들을 포함해 전국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투쟁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한편 병원들의 수익성 경쟁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제물로 바치려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의 대응 역시 만만치 않다. 의료원은 9월 24일로 예정돼 있던 정규직 노조와의 교섭·1백1개 단체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 요구·면담 신청 모두를 거부했다.
또 해고 당일 온종일 로비 농성자들을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의료원의 사주를 받은 서초경찰서는 경찰력을 투입하겠다고 협박했다. “노동자의 객관적인 권리에 대한 존중은 … 경제를 형성하는 ‘타당하고 근본적인 기준’이 돼야 한다”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노동하는 인간〉의 한 구절이 너무도 무색할 따름이다.
그러나 전망이 우울한가? 아니다. 우리 편에는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하는 든든한 사회여론층이 있다.(이것은 물론 기륭·KTX·코스콤·이랜드 노동자들이 일궈 놓은 성과다). 이를 바탕으로 지지와 연대를 광범하게 건설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 투쟁 승리의 열쇠는 보건의료노조와 강남성모병원 정규직 노조가얼마나 전면적으로 연대 투쟁에 나설 것인가에 달려 있다.
정말이지 수많은 투쟁 경험 속에서 산별노조를 세운 보건의료노조가 더 전면적으로 연대 투쟁에 나서길 바란다. 그런점에서 9월 30일 해고 노동자들이 노조지도부와 상의하지 않고 로비 농성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집중 집회 일정을 취소한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해고 당일 뭐라도 하길 바랐던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심정을 헤아려 로비 농성 지지 집회를 개최했어야 했다.
또한, 강남성모병원 정규직 노조 지도부는 하루빨리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를 건설해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에 지지를 보내다가 정규직 노조의 중요한 단협이 물건너 가면 어떡하냐’는 논리로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노무관리에 능수능란한 의료원 측의 교묘한 정규직·비정규직 분열 술책에 말려드는 것이야말로 정규직 노조를 약화시키며, 사측의 단협 개악을 쉽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 시기에 노동조합은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가? 지지와 연대를 효과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런 물음들의 답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