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적 불만 분출의 덕을 보는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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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와 민주당은 미국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여론 조사를 추적해 온 논평가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만약 오바마가 현재 여론 조사만큼 득표한다면, 그는 압승을 거둘 것이다. 한편, 공화당은 의석 수십 개를 잃을 것이고, 동시에 상원과 하원에서 영향력을 많이 상실할 것이다.
하원에 대한 통제력뿐 아니라, 특정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는 ‘필리버스터’ 작전을 펴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이것은 1930년대 이래 미국 정치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로, 1980년대 신자유주의자들이 의석을 휩쓴 이른바 ‘공화당 혁명’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오바마는 플로리다·오하이오·버지니아 주(州) 등 공화당 텃밭 지역에서도 이길 것이다. 오바마는 한때 짐 크로우 체제[남부 인종차별주의를 고착시킨 제도]의 아성이었던 조지아에서도 매케인의 지지율을 위협하고 있다.
여론 조사 기관의 발표를 보면, 이번 대선 운동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경제다. 그러나 좀더 근본적 변화 ─ 계급적 불만 ─ 가 이 나라 전역을 휩쓸고 있다. 오늘날, 모든 미국인의 삶은 부채에 찌들어 있다.
미국 노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정체된 임금을 보충하려고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돈을 빌렸다. 미국 가정의 부동산 담보 부채와 기타 부채는 평균 6만 4천 달러에 달한다. 대부분의 가정은 일년에 기껏해야 4백60달러[약 55만 원]를 저축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국 개인 부채는 총 3조 달러에 달한다.
한 가정이 평균 8개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고, 그 중 두 개는 “한도 초과” 상태다. 이제 신용카드 사용도 힘들어지면서 대부분의 가정은 임금 중 거의 절반을 모기지 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보통 사람들의 생활이 곤궁해졌고 부채 상환이 늦어지면서 주택 차압이 엄청난 속도로 진행 중이다.
계급적 불만
심지어 마을 전체가 집에서 쫓겨난 경우도 있고, 주택 소유자 4백만 명이 파산 일보 직전이다.
파산자 강제 추방이 너무 많아 시카고의 한 보안관은 집행을 거부했다. 사람들을 거리로 내쫓지 말라고 주 정부들이 은행에 압력을 넣어야 할 지경이다.
부동산 경기 불황은 경제 나머지 부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자동차 거래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뤄지지만, GM이나 크라이슬러 같은 대형 자동차 회사들은 도산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미국 제조업의 힘을 상징했던 기업들이 수만 명을 해고하고 미국 전역의 공장 문을 닫고 있다. 미국에서 한 달 동안에만 노동자 15만 9천 명이 정리해고됐다.
최근 여론 조사들을 보면, 아프리카계, 히스패닉계와 청년 들이 대거 민주당 지지자가 되고 있고, 전통적으로 흑인 후보에게 표를 던질 거라 기대되지 않는 백인 노동자 중 상당수도 오바마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
매케인은 이런 분위기 변화에 대처하려고 부시와 거리 두기를 해 왔다. 그러나 그것으로 보통 사람들의 기억을 지울 수는 없기 때문에 최근에는 인종차별주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 사라 패일린이 이런 인종차별주의적 공격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비록 패일린이 오바마의 피부색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공화당 지지자라면 모두가 알만한 [인종차별주의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패일린은 환호하는 군중 앞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 남자는 여러분과 나처럼 미국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는 우리 일부가 아닙니다.”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은폐된 인종차별주의는 통제를 벗어나면서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한 소도시 시청 모임에서 매케인은 오바마를 “아랍인”이라고 비난하는 지지자 손에서 마이크를 뺏어야 했다. 그리고 나서 매케인이 오바마가 “가족적이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하자, 관중들은 매케인에게 야유를 보냈다.
별다른 큰 사건이 없는 한 오바마는 월가·부자·공화당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감에 힘입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대중의 기대 수준을 억누르려 한다. 그는 아주 제한적인 변화만 약속하고 있다.
월요일[10월 13일] 정책 설명 연설에서 오바마는 경제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집에서 쫓겨날 사람들에게 90일의 유예기간을 주자고 제안했고, 저소득층에 대한 약간의 세금 감면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것은 빈곤의 늪에 더 깊이 빠져 들고 있는 미국 노동자들을 구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