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야 어떻게 되든 달러를 마구 찍어내서 필요한 재원을 동원할 수 있지 않는가?” 최근 세계경제 위기에 대해서 사람들과 토론하다가 제기된 문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미국 안에서도 커다란 위험이 따른다. 달러를 마구 찍어 내다 보면 달러가 넘쳐 나게 되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인플레이션(물가인상)이 필수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과거 남미에서 달걀 사는 데 돈을 수레에 실어서 가져 가야 했던 것이 극적인 사례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1천 원으로 1달러를 살 수 있던 것이 달러 가치가 하락해 1천 원으로 2달러를 살 수 있게 됐다고 해 보자. 미국이 한국에서 생산된 1천 원짜리 물건을 수입할 때 과거에는 1달러를 주면 됐는데 이제는 2달러를 줘야 한다. 반대로 미국이 2달러짜리 물건을 한국에 수출할 때 과거에는 2천 원을 받아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1천 원만 받아 가야 한다. 이런 이치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게 된다. 지금도 무역수지 적자 때문에 고민이 많은 미국 정부로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길이다.

더 나아가 미국이 엄청나게 많은 달러를 찍어 내면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위상을 잃게 될 것이다. 이것은 미국 헤게모니의 약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달러를 마구 찍어 내는 것은 얼핏 보기에 손쉬운 해결책인 듯 하지만 사실은 다른 위험이 따라오게 되는 어려운 해결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