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와 투쟁의 과제:
이명박의 위기 대책 ─ 투기꾼들에게 ‘묻지마’ 혈세 퍼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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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만수가 “이제 안정될 것”이라고 말한 지 며칠 만에 한국 금융시장은 최악의 주가 폭락과 환율 폭등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섬뜩할 만큼 미국과 닮아” 있는 한국 경제의 “가라앉는 느낌”에 “정책 입안자들이 한밤중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신용평가회사 S&P는 국민·우리·신한 등 국내 7개 은행의 신용등급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무려 1천억 달러(1백30조 원)를 동원해 은행들의 달러 차입을 보증하기로 한 데 이어 9조 원가량을 건설사들에 지원하기로 했다.
IMF 위기 이후 노동자 수만 명을 해고하고, 턱없이 높은 수수료를 챙기며 매년 수조 원씩 돈을 벌어 온 은행들은 낮은 이자로 해외 단기자금을 빌려 파생금융상품 등에 투기하다가 최근 위기에 빠졌다. 건설사들도 지난 몇 년간 부동산 투기 광풍 속에 분양가를 마구 높이며 엄청난 폭리를 취해 오다가 거품 붕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속에서 은행과 건설사 CEO, 땅부자, 투기꾼 들은 수십억 원의 연봉, 스톡옵션, 고수익을 누리며 온갖 호화 사치를 일삼아 왔다. 그러면서 일부는 쌀 직불금까지 챙겨 먹었다.
그런데 ‘자유시장주의’를 말하던 이명박은 기업주와 투기꾼 들이 멋대로 투기와 돈놀이를 하도록 돕다가, 이들이 파산하려 하자 막대한 서민 혈세로 이들을 구제하려 한다. 민주당은 이런 대책에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반면 법인세·소득세·종부세 감면으로 재벌·부자에게는 막대한 이득을 챙겨 줬고, 이 덕에 이명박은 매년 2천7백만여 원의 혜택을 받아 고위공직자 중 감세 혜택 1위를 기록했다. 재산을 상속할 때도 51억 원을 벌게 됐다.
한편, 은행과 건설사의 투기 실패가 낳은 피해로 노동자·서민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저임금을 만회해 보고자 펀드에 넣은 돈은 반토막이 나고, 어렵게 구한 집의 대출금과 높은 이자 갚기에 정신없고, 점심 값도 부담스러워 편의점 삼각김밥 매출이 급증한 것이 서민의 현실이다.
밑바닥 계층은 더 처참하다. 최근 2평짜리 고시원에서 구겨져 살다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그것을 극적으로 보여 줬다.
고시원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런 노동자·서민에 대한 대책은 내놓을 생각도 없다. 아니, 벼랑 끝으로 몰린 노동자·서민을 벼랑 밑으로 밀어 버리는 게 이명박의 대책이다.
이미 공무원 노동자 임금 동결을 강요해 온 이명박은 “은행들이 고임금 구조를 유지한 채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이제 은행 노동자들의 임금 동결을 주문하고 있고, “죽으라면 죽겠다”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철탑 농성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더구나 재벌·부자의 손실을 국민에게 떠넘기겠다는 이명박의 대책은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 부실은 사라지지 않고 옮겨진 것일 뿐이며, 수출 감소, 막대한 외채와 가계 부채, 세계경제 위기 등의 문제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번 “마지막 카드”조차 실패하면 한국 경제는 더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따라서 지금 막대한 세금은 은행·건설사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것보다 노동자·서민의 삶을 보전하는 데 쓰여야 한다.
파산하는 은행·건설사는 국유화하고 이들의 이윤을 회수해 노동자·서민의 소득을 높이고 일자리와 주거를 보호하는 데 써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고 경제 위기 속에 노동자·서민의 삶을 지키려는 모든 사람들은 이런 요구들을 위한 대중투쟁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