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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참사 - 안전보다 비용 절감이 먼저인 사회의 징후

대구 지하철 참사는 이윤이 지고(至高)의 가치인 사회의 병적 증상을 보여 준다. 물론 일부 개인들의 잘못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잘못에도 불구하고 객차 재료만이라도 인화성이 거의 없고 유독 가스와 심한 연기를 내뿜지 않는 재질을 사용했다면 사람들이 별로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당국은 비용이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출품보다 인화성과 유독 가스와 연기를 훨씬 많이 내뿜는 내수용 객차를 사용했다. 또, 인건비 절약을 위해 1인 승무제를 실시해 왔다. 사령실 인원도 안전 점검을 충분히 하기에 역부족인 규모였다.

그 동안 일어났던 모든 재난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당국의 늑장 대처, 수습 미흡, 졸속 처리, 심지어 은폐 시도 등이 있었다. 그리고 일부 개인들, 특히 일선 직원들에 대한 속죄양 삼기도 빠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번에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려 했던 숭고한 용기의 소유자들도 있었다. 이익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적잖이 있기에 우리는 인간 본성이 이기적이고 탐욕스럽다는 말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체제 자체는 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과 이윤 극대화(또는 손실 최소화)를 냉혹하게 지향하고 있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후진국형 재난”이 아니다. 뉴욕과 파리 등 선진 자본주의 세계 유수의 대도시에서 비슷한 재난이 일어났다. 그것은 오히려 계급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공업국 대도시의 지하철은 주로 노동자 계급의 대중이 이용한다.

소외

대구 지하철 참사는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한 개인의 방화에서 비롯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의 99퍼센트가 맞은편에서 들어오던 열차의 화재로 말미암은 것이다.

열차 기관사는 사령실의 잘못된 지시에 따라 “마스컨 키”를 뽑고 도피했던 듯하다. 그 뒤 그는 대구지하철공사의 협박과 회유에 못 이겨 은폐 공작에 연루됐으나 지금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처음의 진술을 번복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동안 그가 최대의 속죄양이 됐었다.

방화범은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지하철 자살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그들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다.

물론 방화범은 사회 전체를 향한 증오를 갖고 있었고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형사 범죄를 저질렀으므로 단순히 지하철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윤 지상주의에 따라 가난과 차별과 소외가 급증하면서 절망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공통의 근원에 유의해야 한다. 노무현이 고수하겠다는 시장 경제 정책은 더한층의 절망을 만들어 낼 것이다.

철도 “민영화” 계획 따윌랑 즉시 집어치우고 공공 서비스에 대한 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