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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선 열차 사고는 대형 사고의 예고편

2월 15일 새벽 1시 5분경 고성천 철교에서 선로 침목 교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 7명이 열차에 치어 사망했다.

당시 시속 1백 킬로미터로 달리던 열차의 기관사는 그 시간에 선로에서 작업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 선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외주 업체 노동자들 역시 열차가 어느 선로로 지나가는지 통보받지 못했다. 뒤늦게 자신들이 작업하고 있던 선로로 열차가 달려오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철교 어디에도 몸을 피할 안전 시설이 없었다.

이 때 선로 작업 현장에 의무적으로 배치하게 돼 있는 열차 감시인은커녕 상황 변화를 알릴 수 있는 무전기 하나 없었다.

철도 노동자들은 “침목 교체 작업이 조금만 더 진행됐더라면 열차는 전복돼 3미터 교량 밑으로 곤두박질쳤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호남선 구간은 철도청이 무리하게 공사 기간을 앞당기면서 구간 전체가 거의 공사판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호남선을 운행하는 한 기관사는 “호남선 구간 공사 뒤 열차를 몰면서 섬뜩한 경험을 하지 않은 기관사는 한 명도 없다. 얼마 전 열차를 몰고가는데 안개가 너무 심하게 껴 시야가 50미터밖에 확보가 안됐다. 그런데도 인부들이 선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철도청과 시공업체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철도청과 시공업체 모두 열차 감시인을 두지 않고 작업 시간을 수시로 변경하는 등 위법 행위를 문제삼지 않았다. 서로가 눈감아 온 관행이었다.

한 달 전에도 한 철도 노동자가 열차에 치어 두개골이 파열돼 그 자리에서 숨졌다. “우리는 가슴에서 검은 리본을 뗄 날이 없다. 이번에도 다른 리본으로 바꿔 달았을 뿐이다.” 광주 기관차 지부의 한 기관사가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철도청은 노조와 안전 운행을 위해 인력 충원에 합의하고도 1년째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이번 호남선 열차 사고와 대구 지하철 참사 사고를 계기로 철도 노조가 ‘안전 운행 캠페인’을 하자 철도청은 관리자들을 동원해 몸싸움까지 벌이며 방해하고, 심지어 몇몇 조합원들에게 직무 정지를 내렸다.

이번 사고는 인력 감축이 부른 예고된 참사였다.

철도청은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7천7백39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철도 노동자의 20퍼센트 이상이 잘려 나갔다. 철도청은 부족한 인원을 충원하지 않고 외주 용역으로 때우고 있다.

인력 부족과 외주 용역의 확대는 철도 산업에서 핵심적인 상호 연계 시스템을 파괴한다. 철도는 열차간 운행을 보조하는 역과 신호, 선로 안전을 책임지는 시설 관리 등의 유기적 연결 없이는 안전 운행을 보장할 수 없다.

지금도 계속되는 철도의 인력 감축과 외주 용역 확대는 철도 사기업화를 위한 정지 작업이다.

지난해 2월 25일 철도 노동자들은 “우리도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 하고 외치며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1주년을 맞은 지금, 철도 노동자들은 파업 찬반 투표를 끝내고 투쟁복 착용에 들어갔다. 대형 철도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길은 노동자들의 투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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