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무원·교사들이 경제 위기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노동자 연대〉 구독
이명박은 지난 11월 17일 라디오 연설에서 “불이 났을 때는 하던 싸움도 멈추고 모두 함께 물을 퍼 날라야 한다”며 고통분담을 강변했다. 그러나 정작 불을 낸 범인이나 다름없는 정부는 불길 속에서도 우리 몸에 휘발유를 뿌려대면서 부자들만 살리고 있다.
이명박은 기업주와 부자들에게는 법인세 인하, 종부세 무력화 등으로 17조 규모의 세금을 감면해 주면서 노동자들에게는 임금동결과 삭감을 강요하고, 비정규직법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부패한 기업주들은 사면하면서 노동자들은 구속·탄압하고, 공기업과 언론사에 측근들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면서 공기업 노동자들이 ‘부패의 주범'이라며 마녀사냥하고 있다.
정부는 고통분담 운운하면서 공무원과 교사 노동자들을 본격적인 고통전가의 첫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 이명박은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의 연금을 삭감하면서 정작 ‘퇴임 후 매달 약 1천1백만 원씩 받는 대통령 특별 연금'은 그대로 뒀다. 3백억 원대의 ‘재산 헌납 약속'도 부도수표가 됐다. 정부 관료들 중 종부세·상속세 감면 혜택도 이명박이 1등이다.
정부는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을 공격해서 공무원 연금을 개악하고 나면, 국민연금을 더 노골적으로 개악하려 할 것이다. 공공부문과 공무원에서 시작된 구조조정도 점차 사회 전체로 확산할 것이 뻔하다.
이명박의 고통전가에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10년 전 ‘IMF 위기'때도 정부와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이 양보하고 고통을 감수하면 경제가 살아날 거라 했지만, 비정규직만 늘고 양극화는 심해졌고 경제 위기는 지금 다시 찾아 왔다.
게다가 당시에 먼저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한 노동자들의 희생은 다른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전체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효과만 냈다.
그러는 동안 기업주들과 부동산 투기꾼들은 막대한 부를 챙겼다.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에 경제는 계속 5퍼센트씩 성장했지만 노동자·서민의 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다. 성장의 열매를 자기들이 다 따먹고 이제 그 쓰레기를 또 노동자·서민더러 치우라는 것이다.
쓰레기
따라서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격과 이간질, 각개격파 시도에 단결된 저항이 중요한 상황에서, 여러 공무원 노조들과 전교조가 함께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것은 큰 의의가 있다.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이 이명박의 연금개악을 막아낸다면 이는 전체 노동자를 향한 이명박의 공격을 격퇴시키는 것이며, 따라서 전체 운동에 큰 자신감을 줄 것이다.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들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탄압에 맞서 전체 진보진영이 함께 싸워야 한다.
한편, 전국민주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악에 다름 아닌 ‘연금제도발전위안'을 합의한 것은 잘못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지도부가 합의를 거부한 것은 다행이지만, 일부 간부들이 발전위안을 지지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물론 이번 합의안은 지난 1기 연금제도발전위 안보다 ‘덜 나쁜' 안이고 ‘더 내고 덜 받는 양'을 상당히 줄인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촛불 항쟁이 이명박의 기를 꺾은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젊은 공무원·교사들의 연금 개악을 수용한 것을 성과라고 말할 수는 없다. 더욱이 한번 양보하면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자신만만해져서 얼마 안가 또다시 추가적인 개악을 시도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발전위 안 자체를 거부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고통전가를 막고, 진정한 ‘철밥통'인 재벌·부자들에게 경제 위기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공무원 · 교사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이 필요하다.
오늘 투쟁을 시작으로 이러한 대중 투쟁은 지속·확대돼야 한다. 공무원 노조의 통합도 이 속에서, 연금 개악과 구조조정에 맞선 더 강력한 단결과 투쟁을 위한 수단으로서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