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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속에서 변한 나

저는 한성대 지부의 새내기 김보하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지난 여름 살인 더위 속의 빡빡한 파업 현장에 참가하면서 파업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제 자신이 어떻게 변했는지 여러분께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7월 저는 민주노동당 학생 그룹 한성대 지부의 당원들을 만났고, 이 만남이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넉 달 전의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저는 순진하게도 우리 나라 경제와 정치는 교과서대로 움직이는 줄만 알았습니다. 물론 신문이나 TV를 보면서 4.13총선이나 옷로비 사건, 매향리 사건 등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정부가 알아서 처리를 잘 하는 줄 알았지요. 그런데 진실을 접하고는 머리 속이 혼란스럽고 복잡했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노동자들과 직접 대화도 해보고 무더운 여름날 땀을 흘려가며 집회에 참여한 결과 이전 정권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힘없는 노동자, 임신부, 장애인도 팹니까? 이것은 여러분들이 경험해 보셔서 알 것입니다. 정말 우리 나라 교과서에는 고칠 내용이 많지 않습니까?

‘투쟁을 한다고 해서 과연 사회가 바뀔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바뀌더군요.

저는 노동자들의 커다란 파업의 힘을 느꼈습니다. 저는 롯데 파업 집회에 나가서 김대중 정권의 진짜 모습을 보고는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롯데 불매운동과 집회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만나는 친구들에게 “롯데껌 씹지마. 롯데리아도 가지 말고, 2%도 먹지마. 롯데 불매 운동 한단 말이야.” 하고 말했죠. 저는 친구 한 명이라도 더 설득해서 파업 승리에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저의 이런 자신감은 파업 투쟁에 참여하면서 얻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투쟁한 결과 롯데 파업이 승리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진짜냐고 몇 번이고 물어 보았죠. 그리고 친구들에게 바로 문자 보냈습니다. “롯데 파업 승리했다. 롯데껌 씹어도 된다.”구요.

그리고 스위스 그랜드 호텔 노조 일일 호프 때 노동자와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아르바이트냐 노동자와의 대화냐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노동자들과 얘기하겠냐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아르바이트를 포기했습니다.

저는 당원 선배들을 졸라서 빨리 노동자와 얘기하고 싶다고 했지요. 한 스위스그랜드 호텔 노조원과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노조원에게 “싸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승리한 것이다”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파업이 승리를 한다면 정말 기쁜 일입니다. 그러나 설사 요구안을 따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단결력과 자신감이 높아졌다면 언젠가 승리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점을 배웠습니다.

최진욱 동지의 영결식 때 저는 아침 일찍 미용실에 가서 제 노랑 머리를 과감하게 검정색으로 염색했습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죠. 미용실에서 속으로 저는 “영결식에 가면 눈물이 나올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자의 울음과 노래를 듣자 저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분과 혈연도 친분도 없는 제가 왜 눈물이 나왔을까요? 그 분을 동지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못된 정부 때문에 왜 그 분이 떠나야 합니까? 우리는 꼭 최진욱 동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롯데·스위스 그랜드·사회보험 파업에 참여하면서 제 자신이 무척이나 많이 변해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 자신이 조금은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처음에 저는 “학생들이 무슨 도움이 될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도 언젠가 노동자가 됩니다. 우리들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노동자이십니다.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고 외칠 때 이것은 우리의 미래와 연관된 것입니다. 학생들이 노동자들과 연대해 싸울 때 대중의 힘은 분출하여 정부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노동자가 발언대에 올라와서 학생 그룹을 격려해 주시고 우리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발언했을 때 비록 활동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새내기이기는 하지만 이 활동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이제는 집회에 나가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고 흥분되기까지 합니다. 제가 비록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제가 학생 그룹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소속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집회에 가면 제일 좋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열심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에 참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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